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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의 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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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경별진 Jan 27. 2024

엄마, 방문은 열어놔 줘요

엄마와 나는 오래 같은 방을 썼고, 잠도 같이 잤다. 처음으로 내방이 생겼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한 번도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본 적 없기 때문에 자취방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내 방을 꾸몄다. 행거와 작은 서랍장, 매트리스가 아닌 접이식 매트. 나는 그걸로 만족했다.


아빠 없이 행거를 처음 설치해 봤다. 아빠는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었다. 뭐든지 혼자 다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없으니 혼자서 해온 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튼 행거는 3일 만에 무너졌고, 나는 아빠 없는 삶이 와닿아졌다.


내가 침대에 앉아 울자, 가족들이 와서 내 행거를 다시 세워줬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지만, 어느 날은 혼자서 일어나는 것도 어려울 때가 있다.


방문을 닫으면 그야말로 나만의 세상이었다. 엄마는 매일 밤마다 닫힌 방문을 열어보면서 내가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거나 잘 자라는 인사를 해주었다. 나는 엄마방에 자주 들어가 보지 않았다. 화장품이나 옷들이 다 내 방에 있으니 엄마방을 들어가는 일이 많지 않아 졌다.


언젠가부터는 엄마와 자기 전에 인사하는 것이 너무 소중해졌다.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 전에 나를 보러 왔고, 나는 엄마와 자기 전 인사를 나누었다. 결혼하기 전까지는 허그를 하면서 서로의 따뜻함을 나누었다.


힘든 날이었던지, 좋은 날이었던지. 그 시간이 좋았다. 가끔은 엄마 방에서 같이 자기도 했다. 함께 살지만 엄마와 같이 자는 건 드물게 있었다. 엄마는 내가 같이 자자고 하면 웃음을 지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아침에 되면 내가 더 잘도록 엄마의 방문을 꼭 닫아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엄마는 보이지 않고, 엄마의 방문이 닫혀 있었다. 나는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엄마의 방문을 열고, “왜 방문을 닫았어?”라고 물었다. 엄마는 “왜?”라고 말했다.


항상 열려 있었던 문이 닫혀 있는 걸 보니 슬퍼졌다. “맨날 열려 있었는데, 닫혀 있으니까 이상해. “ 엄마는 ”너네도 맨날 방문 닫고 있으면서 왜 엄마한테 그래. “


그렇다. 이기적이었다. “안돼, 엄마 방문은 항상 열려있어야 해! “


나는 엄마의 방문이 엄마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보통 가족들과 싸우면 화난 티를 내려고 문을 쾅하고 닫는 경우가 많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마음도 닫히는 것처럼.


매일 닫힌 내 방문을 보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몽글해진다. 그렇다고 내 방문을 열어둘 순 없었다. 그러니 부모와 자식은 같지 않다는 말은 어김없이 맞는 말이다.


나는 엄마가 내 방문을 열 때마다 엄마에게 안겼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이제는 결혼을 해서 매일 마음껏 안아주지 못하니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려 한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것과 닫는 것은 방 주인의 마음이다. 나는 엄마의 무조건 적인 열린 마음이 언제나 필요하다. 내가 무슨 일이 있든지 들어갈 수 있고, 사랑하는 엄마를 항상 들여다볼 수도 있는.


그러니 엄마, 그 방문은 언제나 열어놔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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