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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ica Kim Aug 02. 2020

이상한 가족 3. 펠리시아 편(애엄마)

수수께끼가 풀렸다


데미안이 미친 사람처럼 내게 무례하게 군 그 날, 할머니가 내게 말했다.


어젯밤 내가 집에 없는 틈을 타, 펠리시아가 데미안과 아이들에게 욕을 하고 소리 질렀다는 것이다.  



Fuck! Get out of here! 씨발 당장 나가 


데미안이 마마보이답게 자기 엄마에게 그 상황을 곧바로 이메일로 보고했다.

이 전에도 이런 일들이 허다하게 발생했다고 했다.



아참. 그 날 아침에 벨라도 내게 엄마가 소리 지르고 욕했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내 눈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지어낸 말이겠거니 했는데.. 이제 이 집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왜 오늘 데미안이 그토록 예민 보스였는지, 왜 말도 잘 못하는 이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욕을 잘하는지, 그리고 욕은 어디서 배웠는지.. 왜 부모는 알면서도 아이들을 방치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는 본인들이 가르쳤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런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아 버렸기 때문에! 

혼을 낼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참 안타까운 사실은 왜 이런 악한 태도가 다른 약자에게 전달되고 전달되어 결국 전염병처럼 퍼지는 것일까?

나는 새삼 데미안과 아이들에게 연민을 느꼈다. 그냥 단지 사랑이 고픈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전염병을 막아야만 했다. 






펠리시아는 처음엔 천사처럼 친절하게 굴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그녀의 가면은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고 나는 곧 그녀의 이중성을 보게 되었다.


그녀의 기분은 종잡을 수 없었고 돌발적인 상황을 많이 만들곤 했다.


나는 아침 여덟 시부터 일이 시작인데 새벽 7시도 전에 내 방문을 두들겨 나를 깨우곤 했고 금방 잠에서 깬 내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방문을 열면, 


아 지금 여덟 시 다 된 줄 알았어.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기분이 좋을 때면, 지키지 못할 약속들을 마구 해댔다.

시급을 더 올려 주겠다느니, 크리스마스 때까지 일을 해주면 선물로 루이뷔통 가방을 사주겠다느니, 자기 회사 사무실에 취직시켜주겠다느니..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그녀가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허풍'일뿐이었다.


후에 아이들 할머니에게서 들은 얘긴데, 펠리시아가 벨라를 낳자마자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겪었고 그 핏덩이 같은 아기를 두고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그리고 꽤 오래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할머니가 거의 벨라를 키우다 시 피했는데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펠리시아는 벨라에게 큰 애정이 없어 보였다.

통통하고 자기를 더 닮은 동양적인 벨라가 미운지 뽀얀 피부를 가진 막내 그레이스와 대놓고 차별을 했다.


어리지만 유난히 똑똑한 벨라는 그것을 다 느꼈으리라. 그래서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려 하다 보니 이 아이는 삐뚤어지기 시작했나 보다. 

험한 말과 난폭한 행동을 일삼던 이 아이에게 마귀가 씐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걱정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이 세상에 이유 없는 악함이란 없다.


악한 행동은 사실 자신들의 깊은 상처를 가리거나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이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적어도 이 아이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니까, 나는 그것을 채워줄 수 있게 되었다. 그토록 아이들이 갈증을 느끼던 사랑과 관심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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