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순간
둔해진 느낌을 받는다.
출퇴근 할 때나 밥먹을 때,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을 본다. 그곳에선 늘 새롭고 자극적인 컨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내가 본 오늘날 콘텐츠의 핵심은 '예상못하게 움직여라'다. 궁금하지도 않았던 주제를 들어가서 보게끔 하고, 예측 외의 전개에 신박함을 느끼며 나타난 짧은 감정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나는 그런 흐름에 자연스럽게 탑승했다. 그게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젊음이라 생각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해서 검색했다. 그중에 숏츠나 릴스 같은건 굳이 검색을 안해도 화면을 밑으로 내리기만 하면 기가막힌 영상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영상 쪽에서만 머문 건 아니었다. 궁금한 게 생각나거나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 곧장 검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마 그 시점으로부터 점점 둔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콘텐츠에는 방향이 있다.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보는 주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반응하고 그에 맞추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대중이 흥미를 느끼는 즉, 조회수가 높은 영상들이 가장 앞에 배치된다. 웬만한 정보는 다 있다. 훌륭히 기획된 유익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들을 아주 빠른 속도로 손쉽게 훑어볼 수 있기에 금세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끝없이 만족하지 못했다. 새로운 걸 찾으려는 욕망은 여전한데 자꾸 뭔가를 잃어버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검증된 콘텐츠가 전달하는 짧은 촉감이 아니라, 삶 속에서 순간순간 스쳐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눈의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
일상의 어떤 순간에 무엇을 발견하고 감동을 느끼는지, 지금 나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랑스러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지, 기쁨을 주는 방법 등 물론 이외에도 여러 지식 정보나 유머관련 코드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미 만들어진 정보보다, 현재 내 삶에 정말 필요하고 살아움직이는 맞춤형 지혜를 갈구한다. 아는 바에 의하면 지혜는 지식처럼 딱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지혜를 가진 사람이 특별하다. 매 상황 상황 속에서 살아 숨쉬며 그 순간의 문제해결과정, 사고방식, 떠오르는 감정, 상황 그대로 받아들이는 체험을 잘 해내는 건 누군가가 이미 기획한 콘텐츠와는 다른 의미에서 더욱 진귀하고 바꿀 수 없는 자산이라 확신한다.
글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따지고 보면 글도 누군가가 생각하고 정리해서 쓴 결과물이지만. 단순히 조회수를 위해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키워드를 쓰기보단 실제 삶과 밀접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들의 사고방식과 인간적인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사물과 현상, 사람과 사건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고 그곳에 진정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떠올릴 줄 아는, 무엇을 느끼고 체험하는 지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또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은 그런 걸 느끼고 공유할 때 비로소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