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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박마차 Feb 09. 2021

캐나다 회사 생존기#10

 회사를 퇴사한 이유(1)


나는 A회사에서 3년 조금 못 미치게 일을 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그곳에선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일은 바빴지만 우리 모두 열심히 제 역할을 해 내 서 다행히 프로젝트도 좋은 성적을 냈다. 큰 성공은 아니었지만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작은 회사가 괜찮은 돈벌이를 했다는 사실은 꽤나 고무적인 일이었다.
프로젝트가 시장에 나오게 되면 라이브 팀이라고 불리기 시작하는데, 대부분 기존의 게임에 덧붙여 업데이트를 진행하거나 하는 등의 일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팀의 초기부터 배경 그래픽 일을 같이 했던 JS는 다른 프로젝트로 일찌감치 자리를 옮겼고 나는 라이브 팀에 남아하던 일을 계속했다. 레오와 마틴의 합류 그리고 그 후로 3명의 배경 그래픽 디자이너가 추가로 팀에 들어오게 된 후 나는 이안의 요청으로 배경 팀의 아침 회의를 주관하게 되었다. 회의를 주관하고 팀의 초기부터 일을 해 왔고 누구보다 현재 프로젝트 배경 그래픽 일에 잘 알고 있으므로 나를 비롯해 다른 팀원들도 내가 배경 리드의 자리를 맡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내심 속으로는 타향에 와서 많은 일들을 겪고 고생을 하면서 드디어 나도 한 자리 감투를 쓰는구나 싶어 몹시 뿌듯했다. 그래픽 팀 중 배경 파트의 리드라는 별 대단한 자리도 아니었지만 내겐 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하루 이틀 공식적인 발표가 나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좀처럼 원하던 소식은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일로 초조해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주 모양이 우스워 지기 때문에 나는 점잖게 기다리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스스로 반문을 해 봐도 그 자리는 내 것이라는 생각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인생은 늘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너무 쉽게 흘러간다 싶으면 뭔가 단단히 잘 못 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팀의 팀원들은 게임 성공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을 약속받았고, 연봉도 올려 받았다. 게다가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진급까지 앞두고 있었으므로 A 회사에서 드디어 운이라는 게 제대로 터지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배경 그래픽 리드 디자이너는 마틴에게로 돌아갔다. 아침 배경 회의 시간에 평소에는 참여하지 않던 안드레가 끼어들더니 마틴의 포로모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무미건조하게 본인의 자리로 휙 돌아가 버렸다.

마틴??? 마틴????? 왜?

어째써???

왜??????

왜!!!!!!

나는 각자 자신들의 자리에 앉아있는 안드레와 이안을 번 갈아 한번씩 쳐다보았다. 그리고 승리에 도취되어있는 마틴의 얼굴도 쳐다봤다. 마틴 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이안과 안드레의 무심한 태도와 표정에 서운함이 밀려왔다. 적어도 귀 뜸이라도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마틴이 나보다 이 승진에서 유리한 위치라면 단 하나, 나보다 이 회사에 더 오래 있었다는 사실 외엔 아무것도 없다. 게임 업계에서의 경력도! 프로젝트에 기여한 것도! 이 프로젝트에 몸 담았던 기간도! 어느 것도 나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철저히 배신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기 좋게 뒤통수를 얻어 맞고 땅바닥에 쑤셔 박힌 것 만 같았다. 

자리에 앉아 멍하니 모니터를 보고 있는데 나중에 합류한 3d 디자이너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당연히 네가 리드가 되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마틴이라니? ]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가로 지으며, 표정 없이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일을 마치고 조용히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나보다 먼 곳으로 출퇴근을 하는 탓에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속상한 마음을 홀로 달래며 남편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집에 왔을 때 나는 마틴이 배경 리드가 되었다고 한껏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조심스럽게,

[네가 그 자리를 원하는지도 몰랐네.]

[뭐..... 주겠다고 하면 마다 하지 않을 생각이었지.....]

[어쩌냐.... 속상해서. 근데 그런 거 하면 뭐해. 괜히 머리만 아프고 사람들하고 복잡해 지기나 할 텐데.

난 줘도 안 한다.]

남편은 내 기분을 풀어주려 애썼다. 
[나도 더럽고 치사해서 안 해!]
버럭 소리를 지르고 식탁 의자에서 일어났지만 속이 풀리지 않아 한마디를 덧붙였다. 

[더러운 배신자 새끼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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