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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Jul 20. 2024

누군가를 만나, 하루를 보내는 방법

1.

.... “이 얘기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라고 말을 던지자 그가 힐끗 나를 쳐다본다. 그리고 무표정을 가장하면서도 내 말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왜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은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에 관심이 많은 걸까? 단순한 호기심? 상대의 취약점을 캐려는 천박한 기회주의? 아니면 상대의 비밀을 공유해 우위를 점하려는 유치한 호승심(好勝心)?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우리의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복잡하게 얽힌 자신의 마음에 어두운 그림자 하나를 더할 뿐이기 때문이죠. “난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내.”라고 호기롭게 말해도 그 우울한 잔상은 마음속에 남기 마련입니다.


2.

‘대화 중에 상대가 껌을 씹고 있다. 보이지 않으려 해도 침이 목젓을 타고 넘어가는 모습이 쉽게 드러난다.’ 그것은 그가 지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불필요한 동작을 계속하는 것도 마찬가지. 우리의 뇌는 편안할 때의 행동을 통해 안정감을 유지하죠. 긴장한 가운데 자신의 뇌를 속이려는 방편의 하나입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에는 듣고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세요. 불필요한 행동이나 동작은 상대에게 자신의 속내를 보일 뿐이니까.


3.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은 세 번 놀랜답니다. 첫째는 ‘나 같은 사람도 당선되는구나.’하고 놀라고, 둘째는 ‘국회에 가보니 모두 나 같은 사람이네.’ 임을 깨닫고 놀라는 거죠. 마지막으로는 ‘이런 데도 나라가 돌아간다니’하고 놀란답니다.” 마침 선거가 끝난 얼마 뒤라 한 사람은 웃음 터뜨립니다. 다른 한 사람은 옅게 미소를 지었죠. 내 농담이 먹힌 겁니다. 이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해도 될 것 같네요. 상대가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얘기를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 더구나 그들은 나를 매력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겠지요. 상대를 웃게 하세요!


4.

지나치지 않은 손짓도 대화에 필요합니다. 무언가를 강조하거나 자신의 감정에 표정을 입히는 행동이 되니까요. 내 말에 대한 상대의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세련된 몸짓이야 말로 어떤 말보다도 호소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어색하고 과도한 손짓, 누군가를 흉내 내는듯한 표정이나 어깨의 으쓱거림은 오히려 혐오감을 느끼게 할 뿐입니다. 상대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은 작은 손짓과 표정을 연습하세요. 그냥 말로만 하면 지루하니까요.


5.

상대가 거짓말쟁이라면 굳이 대화를 계속하려 하지 마세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던 거짓이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라고 하잖아요. 쓸데없는 시간 낭비일 뿐이에요. 설득하고 옳은 방향으로 인도해 보겠다고요? 오만이에요.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는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얘기한다? 그건 자해행위일 뿐입니다. 그저 가만히 들으세요. 아니면 아예 같은 자리에 있지 않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6.

“사랑하는 사람의 말에 상처를 입었어요.” 우리는 미운 사람에게는 험한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말을 섞기도 싫은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슨 이유에선지 자꾸 말실수를 합니다. 만만해 보여서 그럴까요? 상대가 모두 이해해 주려고 믿어서요? 그런 점도 있겠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가까우니까, 사랑하니까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당신이 아니면 누가 날 이해해 주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이것은 난센스. 다른 곳에서는 아무 말 못 하고, 무시당하고, 망신을 떨고 와서는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함부로 상처되는 말을 한다면 당신은 비겁한 사람이에요. 합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순수하지도, 현명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를 갉아먹는 멍청이!


7.

오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겠죠. 때론 웃고, 때론 울기도 하고, 화도 내고,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을 겁니다. 물론 기쁘고 행복한 순간도 있겠지요. 우리의 하루는 참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좋든 싫든 말이죠. 그런데 이것 하나는 기억하세요.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 지금의 순간들과 같은 모양의 순간은 없다는 것. 그래서 우리의 삶이 의미 있다는 것.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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