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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훈 Nov 12. 2024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갈까

기항지 1 : 황동규

기항지 1

     황동규


걸어서 항구(港口)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 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 중의 어두운 용골(龍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A Port of Call 1

           Hwang, Dong-kyu


I walked down to the harbor.

The wind that blew long from that cold place

Shook the houses at the shore.

The light shone low and low

Signifying prolonged snow.   

Crumbling a bill with a graphic image

Into my pocket,

And crushing my half-burnt cigarette like a shadow

I calmly went down to the place

Where ships were tied. 

The keels on the berth

Raised up their heads

And looked into the harbor.

A few snowflakes in the dim sky

Were followed by the birds.

(Translated by Choi)


쓸쓸하다. 어둑해진 항구로 걸어내려 가 알 수 없는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 바람은 세차게 불고 눈이 올 듯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하릴없이 주머니 속 지폐를 구기며 피우던 담배를 비벼 끈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배 쪽으로 걸어간다. 몇 척의 배들이 그림자처럼 솟아 항구를 굽어본다. 하늘에 흩뿌리는 몇 개의 눈송이 뒤를 새가 난다. 어디로 갈 것인가. 어디로 가야 하나. 이 어스름을 뚫고 막연한 종착지에 내려야 한다. 아 그리운 곳, 그리운 사람. 이 적막하고 외로운 기항지에서 나는 망설인다. 어디로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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