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철학과 대륙철학
‘현대철학’은 일반적으로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철학을 가리킨다. 19세기에 이르러 서양의 철학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째는 영국과 북미대륙에 확산된 것으로서 주로 논리, 언어, 자연과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분석철학(analytic philosophy)이라 부르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유럽에서 지배적이었던 이른바 대륙철학(continental philosophy)이다. 물론 이러한 용어는 거의 사멸되었지만 많은 철학자들은 아직도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철학과 실존주의, 현상학 등과 같은 대륙철학의 차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사실 이러한 구분은 지극히 인위적이다. 이러한 용어들 자체가 대학에서의 철학 수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분석철학은 지식에 대한 분석과 논리적 사고의 원리들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질문과 사고 그리고 의미에 집중한다. 더불어 그 의미와 사고가 세상과 어떻게 연관되는 지를 탐구한다. 20세기 초 독일의 고틀로프 프레게(Gottlob Frege), 영국의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과 G. E. 무어(G. E. Moore), 오스트리아의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의 전통을 받아들여 주로 영국과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발전하였다.
한편 대륙철학은 역사, 정치, 자유 등과 같은 사회 속의 주제들에 집중하여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통합하는데 관심을 두었다. 이러한 접근은 20세기 후반부터 헤겔(Georg Wilhelm Fredrich Hegel), 쇼펜하우어(Schopenhauer), 니체(Nietzsche), 마르크스(Marx), 키르케고르(Kierkegaard), 푸코(Foucault) 등의 철학적 전통을 따르고 있었다. 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두 가지 흐름 모두 이성(理性)을 체계적으로 적용하여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지만 분석철학은 논리학, 수학, 과학적 추론을 사용해 이슈를 엄밀히 분석했던 반면 대륙철학은 인간적 관점과 사회적 문제를 비교하고 이것들을 결합해 하나의 결론에 이르고자 했던 것이다.
이 구분을 한 범죄 현장에 등장한 두 명의 형사와 비교해 보자. 한 사람은 분석적 형사, 다른 한 사람은 대륙적 형사이다.
분석적 형사는 명료하고 정확하며 조직적인 방법으로 범죄를 분석한다. 그는 지문이나 혈액 등 현장에서 채취한 구체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시간별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마치 복잡한 퍼즐을 푸는 것처럼 꼼꼼하게 세부적인 사항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반면 대륙적 형사는 좀 더 큰 그림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람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목격자들을 탐문하고, 피해자나 혐의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며 범죄의 전체적 맥락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는 인간의 상황과 범죄 뒤에 숨은 더 깊은 의미를 찾고자 한다.
분석철학의 핵심적인 믿음을 요약하자면 철학의 많은 문제점들은 언어와 그 기능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즉 추상적인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명확히 하고 논리적인 형식들을 엄격히 분석함으로써 철학의 문제점들을 해소하거나 해결코자 한다. 분석철학은 부분적으로는 논리학의 발견을 철학적 절차에 적용하려는 시도로부터 시작된다. 다시 말해 명확하고 논리적인 추론들을 개인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윤리적 문제들에 응용해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코자 하는 것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등장한 분석철학은 전통적인 형이상학이나 이상화된 체계에 대한 반발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인식론과 언어철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하지만 철학자들은 대체로 분석철학과 대륙철학의 구분은 사상의 체계를 불필요하게 나누어 혼란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한다. 두 가지 방식은 결국 존재의 의미와 인간의 경험에 관한 핵심적인 질문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적 형사든 대륙적 형사든 둘 모두의 목적은 결국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아닌가.
생명에 대한 다음의 두 가지 설명은 분석적, 대륙적 철학 가운데 어느 쪽일까?
“생명은 성장과 번식, 기능적 활동과 지속적인 변화를 위한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생물학적 과정이며 그 마지막은 죽음이다. 이는 논리적, 경험적 방식을 통해 생명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규명함으로써 이해될 수 있다.”
“생명은 단지 생물학적 과정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주관적인 경험, 문화적 맥락, 존재론적 중요성을 포함하는 것이므로 개인이 그들의 존재 안에서 어떻게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는가에 대한 깊은 탐색이 요구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