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Nov 20. 2024

겨울비 내리면

겨울비


외로움이 겨울비에 젖어

이른 어둠 속에 침묵을 깨운다.

지는 황혼보다 더 서러워

소리 없이 내리는 저 비,

그리움마저 흐느낌을 멈추면  

사랑은 희미해지고, 흐려진 기억만큼

고독은 커져만 간다.

어둠 속에 빛을 찾고, 뜨거운 태양에

그늘을 찾아들 듯

사랑이 흐려지면 다시 이 밤

새로운 만남을 꿈꾼다.

가라 어리석은 믿음이여

미련만 남은 추억들이여.


해가 높으면 그림자가 길듯이

열정의 꼭대기에서는 언제나

절망의 깊은 골을 만나는구나.

젊음이여 꿈이여 다시없을 사랑이여

떠나라 나를, 지워라 초라한 내 기억을.

비 내리는 이 밤

따스한 열기에 목말라

내 지친 육신이 간절히 바라는

은둔의 환희

절멸의 평화

세월의 망각.


그친 듯 다시 내리는

초겨울 찬비에 한기를 느껴도

아직은 두터운 코트를 입진 않으리라.

여전히 젊은 나의 영혼이 붙들고 있는

새로운 사랑

깨어난 향수(愁)

예리한 기억.

눈 감으면 떠오르는

그 무수한 얼굴, 손길, 숨결에

민감해진 나의 살갗이

다시금 불러낸 그리움,

오라 다시, 사랑이여

나의 저린 가슴이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