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빈 화면을 들여다보며 첫 단어를 생각해 내려고 애쓰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그저 평범한 글쟁이뿐 아니라 전업 작가들조차도 이러한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글쓰기의 정지(停止) 현상을 작가의 폐색(閉塞: writer’s block)이라 부르기도 한다. 폐색이란 ‘닫히어 막힘’이란 뜻이다. 즉 글쓰기가 막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도무지 어떤 단어도, 문장도 떠오르지 않는 순간 글쓰기는 엄청난 부담이고 때로는 좌절을 선사하기도 한다. 왜 그러는 걸까? 왜 단 한 자도 쓸 수 없는 것일까?
‘작가의 폐색’은 개인에 따라 다양한 이유에서 야기된다. 어떤 이들은 아이디어의 고갈이나 재능의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자신에 대한 의심이 글쓰기의 가장 큰 장애물일 수 있다. 1970년대 예일대학의 제롬 싱어(Jerome Singer)와 마이클 배리오스(Michael Barrios)는 ‘폐색’을 겪는 프로 작가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그들은 시나리오 작가에서 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써온 사람들이었다. 여러 달 뒤 두 사람은 ‘작가의 폐색’을 초래하는 네 가지 주요한 원인을 찾아내었다.
(1) 무관심 : 이러한 감정에 빠진 작가들은 글쓰기의 규칙들에 구속되어 있음을 느끼고 자신들만의 창의적인 번뜩임을 찾으려 하다 글쓰기 자체에 무관심해진다.
(2) 분노 : 종종 자기애가 강한 작가들은 그들의 창작물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에 분노한다.
(3) 불안 : 자신들이 작가로서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4) 타인과의 비교 : 이러한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다른 작가의 작품과 비교되기를 원치 않고 결국 글쓰기 자체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감정들에서 벗어나 글쓰기의 장벽을 넘어서는 방법은 없을까? 다양한 분야에서 수준 높은 학습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마스터클래스 앱(MasterClass app.)에 수록된 몇 가지 해결 방식을 소개한다.
(1) 휴식기를 가지라: 잠시 글쓰기를 멈추고 다른 일을 하다가 며칠, 몇 주, 몇 달 뒤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의 글을 다시 보라.
(2) 뛰어넘으라: 짧은 글, 이야기, 장르에 구애되지 않는 글들을 써보라. 중요한 것은 계속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 너무 어려운 분야는 피하라. 그저 쓰기만 하라. 초안은 언제든 고쳐 쓸 수 있으니 무엇에도 구애받지 말고 쓴 뒤 다시 읽어보라.
(3) 이전에 자신의 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척 하라: 자신이 쓴 글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모두 읽으라. 이로써 어떤 부분에서 글 줄기를 벗어났는지가 명확해진다.
(4) 무언가 다른 일을 하라: 잠시 책상에서 벗어나 집안일을 하든지 산책을 하라. 일상의 사건들과 관찰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고 좋은 글을 쓸 영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5) 데드라인을 정하라: 시간적인 압박감은 집중력을 높이고, 미뤄온 결정을 내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6) 글쓰기 과정을 시각화하라: 하나의 단락이나 장(章)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를 확신하기 어렵다면 포스트잇이나 종이에 도형이나 도표를 작성하라. 때론 시각화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7) 완전히 일상적인 일을 하라: 샤워나 청소 따위의 단조로운 일은 뇌의 활동을 단순화하고 뇌의 창조적인 영역을 자유롭게 만들어 작가의 폐색을 야기하는 문제의 해결책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8) 자유롭게 쓰라: 이것은 모든 작가들에게 유용한 팁이다. 문장의 구조, 문법, 철자 혹은 내용의 타당성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글을 쓰라. 글의 대부분이 쓸모가 없더라도 이는 글쓰기의 장벽을 뚫고 나가는 좋은 방법이 된다.
약간의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폐색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음의 연습을 실천하는 것도 방법이다.
(1) 포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 :
쓰고 싶은 것을 결정하라. 아이디어를 자극할 어떤 장면에 대한 묘사, 소설의 한 챕터 혹은 자유롭게 쓴 한 문단도 좋다. 타이머를 25분에 맞추고 끝날 때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말라. 그리고 5분 간 휴식한 뒤 정해진 시간을 고수하면서 이 과정을 반복하라. (포모도로는 이태리어로 토마토를 가리키는 말이다. 타이머의 모양이 토마토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 30분간의 도전
타이머를 30분에 맞추고 하루에 벌어진 일들을 쓰라. 시간이 모자란다면 무엇이 당신의 생각을 흩뜨렸는지를(생각, 소음, 방해물 등) 찾으라. 그리고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들을 선별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 예를 들어 컴퓨터가 방해가 된다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필과 종이를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방해물을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면 그다음 날 다시 30분간의 도전을 시도하라. 글쓰기의 최적 상황을 만들 때까지 단계적으로 이 과정을 반복하라.
(3)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글쓰기
때로 작가들은 글쓰기의 규칙이나 구조에 사로잡힌다. 어떤 종류의 글이 되었던 이 압박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법은 술집에서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이다. 쓰고 있는 이야기나 장면들을 친구에게 말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겠는가? 만일 그런 척하기가 힘들다면 실제로 친구에게 보낼 이메일이나 문자를 작성하고 그것들을 모아 글의 초안을 만들어보라.
전업작가이든 아마추어 작가이든 누구에게나 글쓰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은 앞서는데 무엇을 쓸지, 어떻게 쓸지에 대해 벽에 부딪히기도 한다. 위에 소개한 짧은 글이 폐색에 대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글에서 손을 놓고 있는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글쓰기의 장애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