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소네트
음악은 흐르지 않고
언제나 온 곳을 휘감는다.
그리고 어느 장소, 어느 순간으로
데리고 간다, 이끌어 간다.
노랫소리는 오감을 붙들고 흔들어
그 짜릿하고 아찔한 환희의 숨결을
내뱉는다, 불어넣는다.
미묘한 연주의 배합,
숨죽인 사이음들의 결합,
그 가운데를 뚫고 나오는 인간의 육성.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소리의 교배들이 절정을 만든다.
음악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온몸을 두드리는 빗방울이다.
아무리 젖어도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마르지 않고 죽지 않는 물방울들이
그저 살갗을 간지럽히며 아래로 혹은
위로 오르내리다 마지막 순간
피부를 뚫고 멈춘 혈행(血行)을 되살린다.
그렇게 혼돈 속에 녹아내린다,
용해(鎔解)되고, 분열된다.
음악은 소리가 아니라
고체처럼 단단하고, 위험하고
부스러지는 울림의 파편들이다.
뽀얗게 피어나는 먼지 속을 가르는
햇살처럼 음악은 한 곳을 향한다, 떨어진다.
꽃들이 유혹하며 뿌려대는 향기처럼
정신의 타락이며 그것에서 잠시 깨어나는
희망이다, 희열이다, 쾌락이다.
숨소리가 들려온다. 달뜬 입김이 느껴진다.
음악이 적어놓은 열네 줄의 소네트가
두운도 각운도 없이 그려내는 천상의 소음(騷音).
끝도 시작도 없는 욕망의 덩어리들이
관(管)과 현(絃)을 애무하며 흘러나온다,
넘쳐서 그 짙은 향과 자국을 남긴다.
음악이라는 아포리아, 그 종말 없는 폐색(閉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