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용훈 Dec 14. 2024

분열과 몰락의 악순환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 서로 간의 진솔한 ‘대화’는 집단의 안정과 평화 더 크게는 그 존재와 유지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이다. 대화를 통해 상호 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조정하는 것이 갈등과 대립의 불식에 선결 요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화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에 따라 존중과 관용의 태도로 반응하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편견과 증오의 행태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파괴적인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견해를 일방적으로 배척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다른 이들이 나와 달리 생각할 수 있고 상반되는 견해를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은 나나 다른 이의 주장과 관점이 사실에 기초하고 있는가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다. 토론과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감정과 편견에 사로잡힌 ‘대화’는 서로에 대한 비방과 공멸적인 갈등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브래들리 병원 임상혁신센터 소장인 파시오네 디즈레프스키(Paccione-Syszlewski) 박사는 공동체의 바람직한 일원이 되어 생산적이고 조화로운 대화를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타인에 대한 친절, 동정심, 공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와 다른 믿음과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에 대한 관용의 정신이 있어야만 타인의 인정을 이끌어내고 그들에 대한 이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에는 관용과 타협과 이해의 정신은 무너지고 오로지 편견과 오만, 확증편향과 의심만이 만연해있다. 정치권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음해와 비방에 몰두하고, 대중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의 주장에 경도된 채 극단적인 분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대 차이나 빈부의 격차에 앞서 정치적 견해의 차이가 이 분단의 나라에 또 다른 나뉨과 갈림의 비극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구조물의 붕괴는 내부적인 취약성에서 기인한다. 가정이라는 작은 단위의 집단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균열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국가라는 조직도 내적 분열과 갈등에 의해 파괴된다. 로마제국과 몽골 제국의 분열과 멸망이 권력과 영토에 대한 내부 세력의 다툼에서 비롯된 것임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역사를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끝없는 대화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우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가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지배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민족이 국토의 분단을 겪고 형제가 형제를 죽이는 동족상잔의 비참한 전쟁으로 황폐화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과연 우리는 그 민족과 국가의 비극을 국제정치의 논리로만 치부할 수 있을 것인가? 한말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서로 다른 강대국에 영합하고 같은 민족끼리 헐뜯고 적대시하던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니었던가? 2차 대전이 끝나고 전승국인 미국과 소련에 의해 신탁통치를 받을 때 이 민족은 단결되어 있었는가? 공동의 대의를 위해 뭉칠 수 있었던가? 역사의 준엄한 결말을 목도하면서도 그것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단 말인가? 21세기 한국에선 다를 것이라 믿는 근거는 무엇인가? 


싸우고, 원망하고 비난하면서 매일을 맞이하는 이 땅의 백성들은 도대체 제정신인가? 무엇이 진정 자신을 위하고 후손들을 위한 것인지 알기는 하는가? 상대를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고 교리적인 절대 믿음을 보낼 만큼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진정 민중을 위해 봉사하는 자들이라 생각하는가? 정치가 종교인가? 정치인들이 신인가?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세상을 보고 자라는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다. 그들은 판단의 준거로 삼을 어떤 가치를 보고 배울 것인가? 온갖 술수와 협잡이 판을 치고 그를 통해 권력을 얻고, 그것으로 나라와 국민을 농락하는 저급한 정치인들이 판을 치는 한, 젊은 그들은 결코 진정한 ‘대화’를 알지 못할 것이다.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다음의 세대들에게 롤 모델이 되고 있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진실에 기초해 이성적으로 행사하고 있는가? 이 사회와 국가를 위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올바른 일에 헌신한 적은 있는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는 대화를 통해 공동의 선과 이익을 구하지 못하는 한, 그리하여 우리의 다음 세대 역시 그 무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과연 이 나라, 이 민족의 미래는 있을 것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