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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에 서면

겨울 바다 : 김남조

by 최용훈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海風)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The Winter Sea

Kim, nam-jo


I once visited the winter sea.

The unknown birds,

The birds I wished to see had already been dead and gone.


I thought of you

But, by the spicy sea wind,

Even the truth has grown into frozen tears.

And the fire

Of nothingness

Was caught on the water furrow,


What teaches me is

Always

Time...

Nodding and nodding, I stood at the winter sea.


The rest of my days

Are few,

But I wish,

After a prayer,

I had such a soul

That the hotter door of prayer would be open.


I once visited the winter sea.

The water of patience and anguish

Made a pillar in the depth of water.


허황한 겨울 바다에는 먹이를 찾아 낮게 날던 새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매서운 바닷바람에 눈가에 맺힌 눈물이 얼음처럼 차갑다. 그렇듯 옛 진실들은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 위에 불붙듯 허무하게 사라진다. 이만큼 시간이 흘러 겨울 바다 앞에서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내 짧은 삶의 끝자락에 새로이 기도의 문이 열리길 갈망한다. 겨울 바다에는 내 오랜 아픔이 물기둥처럼 솟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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