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 '워런버핏 라이브'.
오늘 소개할 책은 ‘워런버핏 라이브’입니다. 이 책은 1986부터 2018년까지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들을 정리해 글로 옮긴 것이죠. 초창기 버크셔의 주주총회에서는 녹음이나 동영상 촬영이 불가능했기에 저자들은 일일이 듣고 글로 옮겨 적었다고 하는데 그 정성과 열정이 대단합니다. 이번 글에선 오랜 기간에 걸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질문들과 버핏과 멍거의 답변 몇 가지를 추려서 소개하려고 합니다. 반복적인 질문에 버핏은 한결같이 유사한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펀드매니저와 경영학원에 대한 질문입니다. 버핏과 멍거는 지속적으로 월가의 자산운용사들과 펀드매니저들을 비판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이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에 비해 보수는 많다는 것이 버핏의 생각이죠. 1987년 펀드매니저들의 자질에 대한 질문에서 버핏은 지난 35년 동안 펀드매니저의 자질이 향상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답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전보다 똑똑해지지도 않았고 침착하지도 않으면서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하죠. 또 2004년에 멍거는 투자자문사들은 판매수수료를 지나치가 많이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들의 능력은 자산운용이 아니라 마케팅이라고 말하죠. 마케팅만 잘하면 자산운용은 잘못해도 상관없다고 비꼬기도 합니다. 2006년 질문에서는 유일하게 전문가에게 맡기면 안 되는 분야가 자산운용업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버핏의 말입니다.
버핏 : 출산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맡기는 게 좋습니다. 파이프에 물이 세면 배관공을 부르면 문제를 잘 해결해줍니다. 그러나 투자전문가는 그렇지 않습니다. 매년 140조 달러에 이르는 보수를 받으면서도 말이지요.
물론 그 값을 하는 펀드매니저도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찾아내느냐입니다. 펀드를 권유하는 운용사들은 저마다 이례적인 펀드라고 주장합니다. 장담하건대 운용 자산 규모가 5억 달러 이상인 사모 펀드를 어떤 방식으로 선정하더라도 이들의 보수 차감 후 실적은 S&P500을 따라가지 못할 것입니다.
버핏과 멍거가 비판하는 또 다른 대상이 바로 경영대학원들입니다. 1992년 경영대학원의 투자교육에 대한 질문에서 버핏은 그들이 40년 동안 뒷걸음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멍거는 그 이유가 효율적 시장 이론이라고 꼽습니다. 버핏과 멍거는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겠지요. 시장이 항상 효율적이라면 그들은 그렇게 돈을 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가치투자란 기본적이 값이 잘못 메겨진 주식을 매수해서 제대로 평가받기를 기다리는 것이니깐요. 여기에 대해서 버핏은 이렇게 비꼽니다.
버핏 : 찰리와 나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후원해야 하겠습니다. 모든 학교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가르친다면, 해운업자는 사업이 한결 수월해질 터이므로, 평평한 지구 장학기금을 설립하겠지요.
모두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면 해운업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아는 해운업자는 돈을 벌 수 있겠지요. 그런 점을 효율적 시장가설과 투자에 아주 적절하게 비유한 말이죠.
버핏과 멍거가 경영대학원을 비판하는 이유로 효율적 시장 가설 말고 다른 점도 있습니다. 대학들이 위험에 대한 정의를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버핏과 멍거가 정의하는 위험은 영구적으로 자본을 잃을 확률입니다. 반면에 대학원들은 변동성을 위험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그들은 주가가 위아래로 크게 왔다 갔다 거린다면 위험하다고 정의하는 것이죠. 주가가 빠지면 베타가 증가했으므로 더 위험해졌다고 보는 겁니다. 이에 대해 버핏은 이렇게 말합니다.
버핏 : 재무학과 교수들은 변동성이 위험이라고 믿습니다. 이들은 위험을 측정하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서 변동성이 위험이라고 말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주식이 1억 7천만 달러에 육박하던 시가총액이 이후 8천만 달러로 50% 폭락하자 교수들은 베타가 증가했기에 더 위험하다고 말했습니다. 8000만 달 러일때 더 위험하다 것입니다.
2012년 경영자들의 위험 관리 자질에 대한 질문에 멍거는 경영대학원들이 여러 가지 곡선들과 모형으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을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이 말에 동감하면서 “버크셔는 미술 전공자에게 위험 관리를 맡기지 않는다”라고 말했죠. 차트에 줄을 긋고 모형을 만드는 행위는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단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꼬집는 것이죠.
또 거의 매년 나오는 질문 중에 하나는 '경제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버핏은 한결같은 대답을 내놓습니다. 자신들은 거시경제를 예측할 줄 모르므로 예측하지 않는다라고 말이죠. 기본적으로 버핏과 멍거는 잘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모르는 것은 넘겨버리죠. 기업을 분석할 때 역시 자신이 5분 만에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은 넘긴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거시경제 분석은 자신이 잘하는 영역이 아니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1992년 거시경제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버핏 : 내가 컬럼비아 대학원을 졸업하던 1951년 아버지와 스승 그레이엄모두 투자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점이 아니라고 조언했습니다. 당시 내가 보유한 자금은 1만 달러였는데 때를 기다렸다면 그 자금은 지금도 여전히 1만 달러에 불과할 것입니다.
멍거 : 우리는 해류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누가 해류를 거슬러 헤엄칠 것인지 예측합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질문도 종종 나옵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화두에 오르면서 ‘짓지 않던 개가 짖기 시작했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책을 보면 사람들은 과거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버핏은 인플레이션에 유리한 기업은 자체 수익력이 높은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코카콜라나 스니커즈처럼 사람들이 계속 사 먹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추가 자본투입이 필요 없는 회사들이 가장 좋은 투자대상이라고 말하죠. 반대로 불리한 기업은 막대한 매출 채권과 재고자산을 보유해야 하는 기업입니다. 매출채권이란 쉽게 말해 외상입니다. 즉 현금 흐름이 좋지 못한 회사가 불리하다는 것이죠.
최근 한국에서는 상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핵심은 독립적인 이사회입니다. 버핏은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사회의 최우선 역할은 CEO견제입니다. CEO가 주주들의 이익이 반하는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이사회가 표결로 저지를 해야 하죠. 그런데 보통의 이사회들은 CEO가 추천한 인물들이며 CEO가 책정한 봉급을 받고 있기에 제대로 CEO를 견제하지 못한다는 것이 버핏의 말입니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에게 돈을 주는 사람의 의견을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CEO가 자신의 연봉을 지나치게 높게 측정하거나, 불리한 인수를 결정할 때 이사회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회사의 돈이 얼마가 지출되던지 자신들은 그냥 연봉만 받으면 그만이죠. 또 그렇게 고분고분하게 굴어야지 다른 이사회직을 추천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버핏과 멍거는 2005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버핏 : 이사 중에는 이사 보수가 수입의 대부분인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은 다른 이사회에 추천받고 싶어 하므로 CEO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우리 이사회 구성원은 진짜 주인입니다. 이들은 여러분처럼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습니다. 반면 다른 이사회는 이사에게 주식과 스톡옵션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멍거 : 이사 보수 연 15만 달러가 꼭 필요한 사람은 독립적일 수 없습니다.
버핏 : 돈이 필요한 이사가 기업 인수나 CEO의 보상에 반대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한 이사는 주인처럼 행동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레이트데인이나 도베르만 대신 치와와를 원했던 것입니다. 보상위원회 친구들을 모욕하려는 뜻은 없습니다.
멍거 : 자네는 개를 모욕했다네.
이 외에도 반복되는 질문들이 많습니다. 인덱스 펀드에 대한 것이라던지 능력범위에 대한 내용이지요. 또 버크셔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질문도 많습니다. 보험업, 철도산업, 에너지 산업에 대한 질문이죠. 반복되는 질문과 내용이 많이 지루할 수도 있지만 버핏과 멍거는 특유의 유머로 재밌게 대답을 하고 있어서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반복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한결같은 답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버핏과 멍거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버핏 바이블과 멍거 바이블을 보고 나서도 조금 더 버핏과 멍거의 투자철학을 엿보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