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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 Oct 29. 2020

당신의 여행은 어떤가요?

누구나 자신만의 여행을 한다.


2018년, 3월 만 20살의 나이에 친구 한 명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났다. 


기간도, 장소도 정하지 않고 비용만 정해져 있는 상태로 떠난 세계여행의 목표는 ‘그래도 4개월은 버티자’였다. 그렇지만 나의 간절한 바람 덕분인지, 많은 사람의 기도 덕분인지 4개월을 훌쩍 넘긴 6개월이라는 시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무사히 돌아왔다. 남미, 아프리카, 유럽을 지나 러시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한국에 오기까지, 책과 화면에서만 보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며 수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올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그리고 한국에 온 직후까지 한동안은 허무함이 마음속 가장 큰 감정으로 남아있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여행 전 나는 긴 여행을 하고 오면 흔히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SNS상에서 여행으로 유명한 사람들처럼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여행 중에 나름대로 ‘인생 샷’이라는 이름의 인생에서 손꼽히는 멋진 사진도 많이 찍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내가 우러러봤던 멋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괜히 돈과 시간을 낭비했나 자책하기도 했다. 돈은 돈 대로, 고생은 고생대로 한 상태였기 때문에 ‘차라리 교환학생을 가서 공부라도 하고 오는 것이 나았을까, 아니면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돈이라도 버는 것이 나았을까?’ 이런 생각에 많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그런 감정을 갖고 있던 내게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이 있다. 

남미 여행을 하던 중 만난 퇴사하고 여행을 온 언니가 해준 말이다. 


“여행 갔다 오면 스스로가 크게 변한 게 느껴지나요?” 내가 이렇게 묻자, 그 언니는 이렇게 답했다. 


“여행 갔다 온 후에 내가 막 360도로 변하고 그러진 않아. 

그런데 내가 여행 가기 전에는 어떤 일에 대해서 2개를 봤다면 후에는 2개 반, 3개 정도를 더 볼 수 있어. 

정말 큰 차이가 없는데 어느 순간엔 그 차이가 되게 크게 느껴져.  그리고 그 차이로 인해 내가 100%로 스트레스받던 일이 70% 정도로 줄어들어. 이제는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요즘 우리 사회는 ‘여행을 강요하는 사회’라는 말이 있을 만큼 여행을 크게 소비하며, 보여주기 식의 여행을 하고 있다. SNS와 함께 ‘인생 샷’이라는 단어는 세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각자가 다녀온 여행에서 인생 샷이 없으면 의미 있는 여행을 하지 못한 것 같고 '내 여행은, 결국엔 나는, 왜 부럽고 멋있는 사람이 되지 못할까'라는 생각까지 하게끔 만든다. 


그런데 과연 인생 샷이 내 여행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 할 수 있을까?


분명 사람마다 각자가 원하는 여행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각각의 여행은 충분히 소중하고 가치 있으며, 그 가치는 수억 명의 사람들에게 수억 개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19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여행이 취소되고 계획했던 것과는 어긋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앞으로 우리는 또 인생에서 자신만의 여행을 할 것이고 그 여행은 각자의 삶에 분명 유의미한 경험을 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여행에 실망하지 말기로 하자.






*제 콘텐츠의 모든 커버 사진은 여행 중에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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