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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Jul 04. 2022

사랑의 종말

*스포 있음


영화 HER를 보다. 주목한 점은 인간과 AI가 과연 사랑에 빠질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오래된 논점 따위가 아니다. 이미 영화는 기계와 사랑에 빠진 인간을 세밀하게 그려놓았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충만하게 사랑을 나눈다. 비록 어느 선에서 뚜렷한 실패를 마주했을지라도.



영화를 끝내어 놓고, 내내 마음에 남았던 장면은 이 두 존재의 이별이다. 이별을 선택한 건 인간이 아닌 OS인 사만다였다.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진화하던 사만다는 어느 순간에 이미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만났고 그곳에서 동일한 존재들과 끊임없이 자신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새로운 세상의 즐거움을 맛본 사만다에게 테오도르라는 책은 너무 단순하고 빈약한 세계였을 것이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것이 이 두 존재가 마주한 처절한 사랑의 한계였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 이 영화는 진정 사랑에 대한 서사다. 사랑하는 두 존재가 어떻게 만나게 되고 어떻게 이별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서로의 세계에 빠져들고, 끊임없이 탐닉할때 사랑은 존재하지만 세계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순간 사랑은 사라진다. 어느 한 쪽의 세계가 너무 크다면 남은 사랑의 색을 잃는다. 세계에 대한 열망이 사그러지는 순간 이별을 마주해야 함은 여전히, 인정하기 힘든 사랑의 종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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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모든 독서는 오독, 모든 리뷰도 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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