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애절하게 들여다보지 마라. 다시 오지 않는다. 현재를 현명하게 개선하라. 너의 것이니. 어렴풋한 미래를 나아가 맞으라. 두려움 없이.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경제적으로 누군가(남편)에게 의존한다는 건 나의 자신감을 떨어 뜨리기 충분했다. 남편은 내게 싫은 소리 한번 한적 없지만 사춘기 청소년처럼 내 자아는 점점 꼬여갔다.
한의사인 윗집 며느리, 아침마다 남편과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옆집 아내, 창업에 성공한 여성들을 볼 때면 부러움과 함께 질투의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남과의 비교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성보다 먼저 올라오는 감정을 어쩌겠는가.
퇴직 후 입사 제안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회사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회사라는 곳에 정을 주고 온 힘을 모아 일도 했던지라 더 이상 내 에너지를 회사를 위해 쓰고 싶지는 않았다.
경제적 자립을 갈망하면서도 회사는 들어가기 싫다면 남은 건 창업인데, 정형화된 틀에 익숙한 나를 어떻게 턴 아웃시켜야 할까. 더군다나 어떤 창업을 할지 아이디어도 없으니... 그 막막함이 나를 더 꼬이게 만들기 전에 일단 무엇이든 찾아보자.
'여성 창업'으로 인터넷을 뒤지다 발견한 '온라인 쇼핑몰 창업 과정'
유사 과정은 무수히 많지만 3개월 간 매일 진행되는 커리큘럼은 본 적이 없었고 강의 스케줄을 보니 힘들겠다 싶으면서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없던 스케줄이 생기니 아침마다 작은 전쟁도 치러야 한다. 일어날 생각 없는 아이를 깨우고 달래는 동안 늦었다며 급하게 출근하는 남편, 그래 돈 벌러 가는 사람과 배우러 가는 사람은 다른 거지 라며 섭섭함을 속으로 삼켜본다. 하지만새로 시작할 때 생기는 긴장과 떨림, 불안한 감정이 나를 가득 채워서 인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서둘러 나오면 모든 게 잊혀진다.
"온라인 시장에서 성공하는 건 일류대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그걸 해내려면 피 튀기는 경쟁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어떻게 이겨야 할지 모르시겠지요. 불안하시지요. 그럼 더 집중하고 몰입하십시오."
첫 시간부터 뼈 때리는 내용에 정신이 번쩍 들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불안감을 쪼개어 보니 길을 모를 때와 길은 알고 있으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생기는 감정인데,나는 전자의 경우다.
성공을 해야 한다는 큰 목표만을 보면 불안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크기지만 길을 찾는 경우라면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겠다.
우선 3개월 강의에 집중하자.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알고 나서 어떻게 갈지, 무엇으로 갈지를 정한다면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