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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위하여 Apr 20. 2024

이혼 후 딸의 생일

볼 수 없는 아빠의 마음

이혼의 시간 속에 유일하게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딸의 생일이다. 폰 달력에 나이를 기록하지 않으면 나이조차 모르게 된다. 매년 4월이면 딸의 생일이 있어 1년 중 유일하게 카톡으로 생일축하해 메시지를 보낸다. 매년마다 회신이 대부분 없다. 올해로 딸은 고등학교1학년이 되었다. 이제는 성숙하게 자랐을 나이다. 전처의 재혼으로 새아빠 성씨 변경을 한 후로는 나는 연락 못 하고 있다. 그때의 시간은 딸의 나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시작되는 봄이었다. 재혼한 것도 모르게 살아온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한 건지 시간이 지나 좀 후회가 되긴 했다.



새 가정이 생겨 나는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딸의 가정에 평화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연락도 못 하고 딸도 못 보고 살고 있다. 딸의 번호가 내 폰에 있어서 카톡의 사진이 바뀔 때마다 이만큼이나 자랐구나 하면서 사진만 바라본다. 보고 있으면 연락이 하고 싶어 지지만 딸에게 혼란을 줄까 싶어 참고 있다. 그러나 딱 한번 딸의 생일날에는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매년 1년 중 한번 보내는 것이지만 운이 좋으면 답장이 온다. 답장 올 때는 참기분이 좋다. 훌쩍 자란 딸과의 대화는 그냥 흐뭇하다. 직접 보게 되면 대화도 할 것이 많지만 그럴 수 없는 나는 그저 멀리서 볼뿐이다.


올해도 딸의 생일날에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읽었는지 확인할 것 같은 사람 심리는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가기 해 버린다. 딸의 답장이 없으면 그러려니 하고 나에게 집중한다. 주변에서는 크면 아빠 찾아온다는데 나는 그렇게 귀담아듣지 않는다.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 흘려버린다. 내년에 다시 보내면 된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나를 찾아오면 운이 좋은 것이고 나를 찾지 않아도 딸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냥 나 스스로가 죗값을 받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혹시나 시간이 흘러 나를 찾아왔을 때 멋쟁이 아빠로 보이고 싶다.


미래를 계획하여 지금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다. 혼자 살아갈 준비는 이미 했었다. 딸이 날 찾아 가끔 보게 된다면 현 위치보다 나은 삶에 살고 있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딸에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긴 싫다. 지금 직장인으로 퇴근 후 미래준비를 하고 있다. 그때까지 나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딸은 내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출간 작가가 되어 사람들 앞에서 멋진 강사가 되는 것이다. 내년이면 대학원도 다녀야 한다. 시간은 지금이 가장 좋을 때이다. 5년 뒤 내가 계획한 대로 만들기 위해 몇 년은 어떻게든 버티며 전진한다.


그 사이 딸과 한번 보게 된다면 멋진 아빠의 모습을 상상한다. 인생은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 목표를 잡고 가는 사람은 그때 빛이 나리라 생각한다. 딸  아빠가 지금도 사랑한단다. 잘 자라길 바라고 아빠도 잘 성장하고 있으니 나중에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생일 축하해 사랑하는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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