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시대, 불안한 경기, 금리/환율/물가의 관계와 미래는?
환율이 다시 치솟고 있습니다.
최근 국채금리도 급등하고 있죠. 동시에 주식시장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물가 역시 최근 유가가 90불을 찍고,
설탕, 우유, 밀가루 등의 가격이 오르는 화이트 인플레이션,
끝을 모르는 외식물가의 상승으로 우리 생활을 힘들게 합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원달러 환율은 800원 -> 1100원으로 이어지다가 최근 1300원 언저리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금리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한 가운데,
과연 한국은 원달러 환율 1300원이라는 뉴노멀에 정착하게 될 것인가?
안타깝지만 그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 환율이 오르는 이유를 파악함으로써 환율 상승 요인을 안다면
앞으로 그런 요인들이 심화되거나 해결됨에 따라 움직임을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환율이 오르는(원화가 평가절하되는) 이유를 가장 근본적으로 설명하자면,
원화에 대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원화의 수요를 끌어올려야하고,
1. 수출이 개선되어 달러가 국내에 많이 들어오거나,
2. 특정 이슈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로 많이 들어오거나
3. 한국 정부가 원화를 매입하고 달러를 풀어 환율을 조작해야한다.
1. 원래 환율이 높으면 수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어, 수출이 증가한다.
한국의 수출은 점점 회복 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반도체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이상 수출로 인한 환율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중국의 경기침체 이슈도 환율에 악재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교역국이다.
최근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를 겪고있는 한국이다.
2. 당장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2%p 높은 상황속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유인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2년물 국채 금리가 약 5%이다.
한국의 3년물 국채 금리는 약 4%이다.
안전자산인 달러로 구매하는 미국채의 금리가 1%p나 더 높은데
외국인들이 원화로 한국의 국채를 구입할 것 같지는 않다.
당장 나라도.. 엔화로 미국채에 투자하는게 가장 좋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우호한 투자환경을 가지고있지 않다.
최근 여러조치를 시행했지만, WGBI 편입이 지난 9월 불발된 것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더 남아있는듯 하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92908150816785
3. 정부가 환율 방어에 언제까지고 외환보유액을 소진할 수는 없다.
또한 환율을 조작할 정도로 많은 자금을 투입할 경우 국제적인 지탄과 제재를 받을 수 있다.
https://www.voakorea.com/a/7141472.html
당장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피고 있다.
달러는 안전자산의 성격을 가져 경기가 침체국면에 접어들수록 달러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신흥국 화폐의 수요는 감소한다.
이를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다.
실제로 최근 3개월동안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약 9조원을 순매도,
코스닥에서는 약 1.3조를 순매수,
선물시장에서는 4.6조를 순매도 했다.
그리고 주식투자를 하는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10% 정도 하락했다.
동시에 최근 3개월 동안 국고채 금리도 올랐음을 알 수 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비례한다.
무엇이든 흔하면 싸지고, 귀하면 비싸진다는 진리에 기반해 생각해보면
한국 국채가 흔해져서(많이 풀려서) 가격이 하락했음(금리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외국인 자금 이탈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물가가 올라 힘들다는 이야기는 뉴스에서도 지겹게 들었고
일상생활에서도 매일 체감할 수 있다.
최근들어 물가상승률이 잡혀가다가 반등했는데, 그 이유는 유가의 상승이 가장 크다.
하지만 최근 유가의 흐름은 유독 변동폭이 큼을 알 수 있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로 인해 큰 피해를 본 미국은 OPEC에게 압력을 가하며 유가를 통제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에 접어들며 유가의 상승폭이 커지고
이후로도 변동성이 굉장히 커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의 셰일 혁명에 기반한 것이라 생각한다.
셰일 혁명으로 인해 석유, 가스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은 2010년대에 에너지 자립까지 이뤄내며 원유 순수출국이 된다.
석유를 사기만 하는게 아니라 팔게되는 입장에서 높은 유가는 미국에도 이득이 된 것.
하지만 최근의 고유가는 미국에게도 부담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FED는 금리를 계속 올리는데
높아지는 유가는 물가상승률을 올리고, 이는 금리를 더 올릴 명분을 제공한다.
금리가 더 오르면 경기 침체가 터질 확률이 올라가고
내년 재선을 해야하는 바이든은 고금리가 부담된다.
하지만 최근 공격적인 감산을 진행중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네옴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마련, 전쟁을 위한 자금마련이라는 목적 하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가 역시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움직이기에 감산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
또한 경기의 회복, 침체 가능성과 연결되어서 움직이기도 한다.
경기는 원유의 수요와 연결되어있다.
최근 90불 이상으로 치솟던 유가가 80불 초반으로 하락한 것은
경기의 침체 가능성과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찌됐든 에너지 순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죽을맛이다.
우리나라도 물가가 잡혀가고 있긴 하지만,
외식물가는 치솟고 유가도 잡힐만하면 올라서 유류세 인하 조치를 꾸역꾸역 연장하고 있다.
석유 가격이 비싸지면, 정유업계의 마진이 개선되는 것 말고 우리나라 산업 대다수는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속에서 원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안그래도 상승하는 물가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하면 불만이 터져나올 것이기에
전기요금 인상도 못하고 있다.
최근 높아지는 금리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역대 최고치 기록,
리볼빙 서비스 잔액 역대 최고,
주택담보대출액 역대 최고,
기업 대출 역대 최고,
연체율 급증.
빚잔치를 하고있다.
이에 대해 모든 전문가들이 가계부채를 줄여야한다고 걱정하지만
사실 가계부채를 줄이고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금리를 더 올려야한다.
하지만 한국은 금리를 계속 동결하고 있음에도 최근 장기채의 금리가 미친듯이 상승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정리하자면..
미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10년물 금리가 4.9%를 터치하는 등 난리도 아니다.
최근 미국채 금리 상승의 이유로 제기되는 주장은
1. 생각보다 강하게 발표된 고용지표와
2. 매파적인 연준의 스탠스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의 가능성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fed watch에 금리 예측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기도 했다.
3. 또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이 해임되었다.
최근 민주당과 예산안 문제로 갈등이 있었는데,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해임안을 제시했고 표결이 통과된 것.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셧다운 가더라도 민주당의 예산안을 수용하면 안된다는 것이었고,
셧다운 불안으로 미국채 금리가 급등했었다.
극적으로 예산안이 통과되었지만 하원의장이 교체될 예정이므로
아직 셧다운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일어난 국채 금리의 급등은 위의 사건들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다시 이야기하게 되는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가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6월 부채한도협상 타결로 국채를 발행할 것이 확정적이었다.
6월부터 8월말까지 약 1조달러의 국채가 발행됐다.
하지만 미국의 국채 발행은 일상적인 일이다.
부채한도협상은 지난 역사에 수십번 있었고 매번 어떻게든 타결됐다.
물론 단기간에 대규모로 풀리는 국채는 국채의 가격을 낮춘다. (금리는 오른다)
이번의 국채 금리 급등의 특수성은 국채를 대규모로 사주는 국가 단위의 고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주로 중국, 일본이 미국채를 많이 사줬다. (실제로 미국채 1,2위 보유국이다. )
국채의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폭락한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50593
-> 중국이 미국채 보유량을 14년만에 최저로 낮추었다.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000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매도했는데, 미국 국채 금리가 막 오를 때라 아마 평가손실도 꽤 있었을텐데.. 아마 지정학적 미중갈등과 무역분쟁에 대한 보복 + 실제로 미국 경기 침체를 예상했을수도 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30719150438031
-> 일본도 미국채 매도 후, 엔화 약세 방어 및 국채 수익률 상한 제한을 위해 대규모 일본 국채 매입 중. 일본의 경우 환율이 하락해 환헤지를 해야하는데, 이 환헤지 비용이 크게 증가해서, 5%에 육박하는 미국채를 사도 환헤지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0%대의 일본 국채의 수익률이 나은 경우가 발생한다.
https://www.g-enews.com/ko-kr/news/article/news_all/202210261106417968e8b8a793f7_1/article.html
-> 환헤지 비용 증가로 일본 보험사들이 미국채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내용.
국채금리 상승이 주식 시장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금이 수익률 높아진 국채로 쏠림.
정부 차입 비용 증가로 부채 리스크 확대
기존 국채의 평가 가치가 하락함으로써 은행, 보험, 증권 등 국채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의 평가 손실 및 이자비용 증가. -> 실제로 지난 3월 은행들의 파산이 이것부터 시작되었다.
여러모로 힘든 시기다.
그리고 글을 읽다보면 눈치챘을수도 있는데
환율, 물가, 금리는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있다.
어느 한 측면만 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상황이 회복되려면 우선 수출이 개선되어 환율이 안정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가 좋아지고 있고, 수출 감소 폭도 줄어들고 있으니 기대해본다.
개인 입장에서는 빚을 최대한 줄여야하는 시기다.
제로금리에서 벌인 유동성 파티 시절을 기억하면 안된다.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오지 않는 이상 고금리가 뉴노멀이 되어 앞으로 몇년간 유지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