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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벌띵 Jul 25. 2024

친구를 잃다

학교를 떠나며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 길게는 세 살 때부터 짧아도 초등 1학년 때부터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에게 인사는 하고 떠나야지 했지만 학교는 막아섰다.


"인사 없이 조용히 가주셨으면 합니다." 담임 선생님 음성에 미안함은 담겼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몹쓸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장악하는 통에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얼굴도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에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어디 모난 데 없이 학교 생활도 잘하고 교유관계도 좋았던 친구가 학교를 이탈한다는 소식이 남은 아이들에게 끼칠 영향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조용히 떠나 달라는 말은 가슴을 쿡 찌르는 통증으로 다가왔다.

 비싯, 그럴 줄 알았다는 뒤틀린 미소가 내가 보인 답이었다.


"네가 학교를 그만두는 걸 알면 친구들이 동요되고 힘들지도 몰라. 우리는 오래 고민하고 계획해서 하는 홈스쿨링이지만, 다른 친구들은 그냥 학교를 그만둘 수 있는 거구나 하고 오해할 수도 있어. 그러니 우리 인사는 하지 말고 가자. 친한 친구들이야 따로 이야기하면 될 거야." 몸을 낮춰 딸에게 담임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곁에서 내 말을 듣던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벌게지는 게 보였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마지막이 될 인사를 건네고 딸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딸은 말없이 고개만 푹 숙였다.




마지막 인사를 받지 못한 게 내심 서운했던 걸까? 딸의 오랜 친구들은 빠르게 딸을 손절했다. 함께 보낸 시간이 무색했다.


딸을 둘러싼 악성 소문도 무성했다. 그중 가장 어이없는 소문은 딸의 '폐병 설'이었는데, 누구도 아닌 베스트 프랜드가 퍼트렸다. SNS가 판 치는 시대, 말은 돌고 돌아 딸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왔고 열한 살 딸은 그해 겨울 호된 가슴앓이를 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Мария Ткачук님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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