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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벌띵 Nov 16. 2024

푸르른 공포

어둠이 깔리면 선득한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떤다. 두꺼운 옷 하나를 꺼내 입으며 "으~~ 추워!" 탄성 같은 한 마디를 뱉고 침실로 들어간다. 전기장판에 온도를 설정한 후 온기가 도망가기라도 하는 양 이불 끝을 펴고 탁탁 두드린다. 11월이라 그렇다.


지독한 안개가 대기를 덮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나날의 연속이다.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버스가 달린다. 휘청휘청 몸이 흔들린다.  코 앞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리니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닫아 놓은 창문에 사람들의 열기가 더해지니 11월인데도 답답하다. 손가락 끝이 겨우 들어갈 만큼 버스 창문을 연다. 축축하고 선득한, 조금은 매캐하기도 한 듯한 공기가 훅 들이닥치니 살만하다.  콜록콜록 기침을 뱉는 누군가가 신경 쓰이지만 내 코가 석자라 닫지 않는다.


곡예하듯 도착한 목적지, 자박자박 길을 걷는다. 누렇게 뜬 단풍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는 가로수를 지나 공원으로 들어선다. 예술적으로 조성된 공원을 지나면 매주 목요일 아침 강의가 열리는 곳이다. 수업까지 한 시간의 여유가 내 걸음을 안단테, 안단테 하다 안탄테 칸타빌레 한다. 느려지다 박자를 탄 내 걸음에 맞춰 메마른 나뭇잎이 바스락거린다. 여전한 안개가 아주 조금 옅다.





안단테, 안단테, 안단테 칸타빌레 하던 마음이 서늘한 건 떨어진 낙엽 아래 고개를 내민 푸르름 때문이다. 어!! 이질스러운 초록의 푸르른 빛. 노랗고 바알갛게 물들지 못하고 끝부터 버석하니 메말라가는 은행, 단풍잎이 도드라진다. 지난가을 고왔던 그 색이 마지막이었던가? 봄이 아닌 가을, 소복이 쌓인 나뭇잎 아래 푸른 그것이 두렵다. 훠이, 훠이~ 소리 내어 후치고픈 푸르름이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미안, 아직은 아냐. 얼른 가벼려, 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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