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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Nov 04. 2023

가을은 놀이조차 아름다운 계절

#3.  가을에는  무엇이든 즐거워  

보통 아이들이 가장 흥미를 보이는 것을 놀이주제로 선정하는 것이 옳으나 가끔 놀이주제 선정에 나의 입맛을 조금 담기도 한다. 좋아하는 놀이 주제는 ‘계절’이다. 특히 자연의 풍경이 아름다운 봄과 가을은 끊임없이 놀이 영감을 제공한다. 햇살 가득한 봄날 바람에 따라 살랑거리는 벚꽃잎에도 아이들은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기 위해 서투른 움직임으로 열심히 움직인다. 자연에서 준비한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표정은 생동감이 넘친다.     

빨갛고 노란 낙엽들이 도시를 물들이는 가을이 왔다. 초록색 잎들이 바래지면서 점차 거리 위로 떨어지고 산책하는 아이들은 떨어진 나뭇잎, 열매, 솔방울 등 자연물을 줍기에 바쁘다. 그들은 채집통 가득 나뭇잎을 모을 때까지 어린이집으로 도무지 돌아가려고 하지 않는다. 거리에 떨어진 나뭇잎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종종 진정한 놀잇감은 어떤 것일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시원한 가을에는  무조건 바깥놀이를 나가서 자연물을 채집하거나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 곤 한다. 쏜살같은 아이들의 움직임을 다 따라갈 수 없어 바깥놀이를 하는 내내 혹여나 다치지는 않을까 불안하지만 바깥놀이를 하고 나면 밥도 잘 먹고 낮잠도 잘 자기 때문에 교사의 입장에서도 바깥놀이는 꼭 필요하다. 아이들은 바깥에 나가면 꼭 거리에 떨어진 나뭇잎들을 주워 마치 선물을 주는 양 내 손에 쥐어준다. 종종 나뭇잎을 채집할 때 나는 나뭇잎 중에서도 부스러지지 않고 모양이 온전한 나뭇잎만을 가져가려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는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어떤 아이는 크기가 큰 나뭇잎, 다른 아이는 빨간색 나뭇잎만 담는 등 나름의 기준이 있다.

    

교실에서는 어떤 놀이들이 펼쳐질까? 가을이 시작될 무렵,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밤과 호두를 바구니에 담아두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은 밤과 호두를 보자마자 곧바로 그릇에 담으며 소꿉놀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밤과 호두를 아이스크림 모형과 함께 담으면 견과류 아이스크림이, 밤을 플라스틱 컵에 담으면 밤주스, 마롱라테 등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은 정말 많았다. 그저 아이들의 놀이를 바라보고 그들이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서 발표하면 ‘우와 맛있겠다 “라고 적당한 반응만 보여주어도 놀이는 끊김이 없었다.  그들은 무언가 계획을 하고 놀이를 하진 않았다. 그저 손에 닿는 것, 혹은 순간의 흥미로 하고 싶은 놀이를 하는데, 그게 묘하게 신빙성이 있는 놀이가 되었다.  

   

밤, 호두 초콜릿
도토리 전
영양만점 맛있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음식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보며 털실, 그릇, 점토 등 추가해 주었더니 그때부터는 털실을 활용한 ‘면요리’가 활성화되었다. 아이들이 담는 용기가 컵라면 용기와 비슷해서 교사실에 있는 컵라면 박스에 만든 면요리들을 차곡차곡 담아주었더니 순식간에 라면 한 상이 완성되었다. 한강에서 먹는 뽀글이 라면이 떠오르는 비주얼이었다. 음식을 열심히 만든 후에는 꼭 교실 한구석에 비치된 돗자리 위에 앉아서 함께 먹는 흉내를 내며 놀이한다. 아이들의 얼굴 사진을 올릴 수 없어 아쉽지만 먹는 연기가 다들 대단하다. 열심히 입을 오물거리면서 쉼 없이 “맛있다”라며 맛 표현도 한다. 점심은 잘 먹지도 않으면서.....    

 

고소한 도토리 국수
매운 고추가 들어간 매콤한 라면
가을 라면 한상

라면 놀이가 재미있게 이루어진 다음날에는 한 아이가 육개장 과자라며 라면과자를 가져와서 친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물어보니 라면 놀이를 하고 나니 친구들에게 라면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는 예쁜 속마음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날은 모든 친구들이 등원하자마자 책상에 모여 앉아 친구가 가져온 라면과자를 나누어먹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놀이도 하고 맛있는 라면과자도 먹다니 정말이지 그들의 표정에는 만족스러움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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