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 유튜브 채널 한번 시작해보세요

나의 낭독일기 1

by 희지

낭독을 시작하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오마이뉴스에 오랫동안 글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글을 연재하던 시민기자들의 모임이 생겼는데, 정기적으로 만나는 그 모임에서 정말 우연히 알게된 것이다. 귀가 번쩍 뜨이게 관심이 가는 낭독을.


"낭독이라고?"


같은 모임의 시민기자와 다른 기자님들의 안부를 서로 전하다 '그 분이 낭독을 시작하셨는데...'로 끝낸 한마디에 바로 소개해달라고, 줌수업이라길래 바로 링크 좀 보내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된 낭독수업.


어, 그런데 처음에 자기 소개에 웬걸, 1번타자로 걸렸다. 다른 분들은 낭독 무료특강 등 이래저래 선생님과 초면은 아닌 듯 했는데 나는 완전 초면이라 그랬는지 딱 걸린거다. 정말 즉흥적 신청이었기 때문에 왜 낭독수업을 신청했냐는 클래식한 질문에 나의 대답은 거의 실례합니다 수준.


"어... 음... 요즘은 소리내어 책을 읽는 게 좋더라구요. 성격이 급해서 문자를 너무 휙휙 읽어대니 그 행간의 의미도 놓치는 것 같고. 그래서 천천히 읽고 싶어서 가끔 소리내어 읽어보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겸사겸사 나이들어가면서 나빠지는 발음도 교정할 겸...."


그렇게 두서없는 나의 소개에 나는 곧바로 '낭독에 대해 가장 얄팍하게 알고 있는' 학생이 되었다. 요즘말로 아주 납작한. 다른 분들의 멋진 자기소개에 살짝 얼굴이 화끈거리긴 했지만 낭독을 향한 나의 기대는 아직 꿈만 같았다.


낭독의 첫 강의는 자세잡기로 시작되었다. 몸을 곧추 세우고 발바닥이 땅에 평평하게 닿을 정도로 의자에 걸터 앉는다. 딱딱하고 등받이 없는 의자에. 이걸 그라운딩이라고 한다. 그라운딩된 자세에서 이제 숨쉬기를 시작한다. 들숨과 날숨을 고르고 평평하게 들이쉬었다 내쉬면서 의식과 호흡을 좌골과 발바닥에 집중시키다. 지금부터 나의 몸은 악기가 된다. 하나의 호흡길이 된다.


낭독에서 새로웠던 건, 내가 톤을 낮게 잡아야지 높게 잡아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활자를 분석하고 문해하고 독해해서 톤을 형성하는 것. 그러니까 작가의 시선으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서사를 첫번째 경청자가 되어 전달해보는 것이다.


호흡을 가지고 서사를 리드하는 낭독. 그러니까 낭독은 몸으로 하는 독서다. 내 몸이 하나의 악기이다보니 숨도 그만큼 중요하다. 필요할 때 한번씩 쉬어가는 포즈(pause)활용 훈련법을 통해 활자를 심층적으로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밑받침이 있는 글자를 읽기 위해 호흡을 끝까지 책임지는 습관을 가져야 한단다. 그냥 눈으로만 읽던 글자들이 다르게 보이는 순간이 낭독의 순간인 것이다.


비로소 내 차례가 되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읽어나가는 데, 웬걸 처음부터 어렵다.


내가 읽은 문장은 "낭독, 사전적 뜻은..."


'낭독'을 몇번이나 새로 읽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소리를 들은 선생님은 잘못하면 가장 지양해야 할 낭독법인 설명투의 말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저 뚝 끊어지는 마침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말이다. 나는 낭독↗ 하며 올려도 보고 낭독↘ 하며 내려도 읽어봤다. 이어지는 웃음. 결국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호흡으로 낭독을 낭독↷으로 정리하고 읽어나갔다. 처음이 막혔지, 그 다음부턴 수월했다. 뭘 배우든지 힘을 빼야지 잘하려고 힘을 주면 줄수록 이상하게 된다는 건 진리. 그리고 뭐 이게 시험도 아니니까 마음편히 읽었다. 매일 밤 누워서 천천히 시를 읽었던 마음으로.


그런데 읽는 중에, 이상했다. 선생님이 끊을 때가 되었는데, 이쯤에서 끊고 디렉션을 주셔야 하는데... 이상하다... 슬쩍슬쩍 눈치를 보며 끝까지 읽었다.


다 듣고 나신 선생님의 한마디는 "혹시 유튜브 개인 채널 갖고 계세요?" 였다.

"네? 아니요."

"유튜브 채널로 낭독 한번 시작해보세요. 처음부터 차차 나아지는 과정을 기록한다 생각하고 한번 시작해보세요. 2030이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지셨어요!"


어머나. 이거 뭔 일이래. 낭독하면 많이 혼난다고 들었는데 칭찬을 듣다니! 그나저나 아직 설익은 것도 아니고 열매조차 안맺은 내가 첫 시간부터 칭찬을 들었으니 어쩐다....? 기분이 좋다기보다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그러면 그렇지. 수업이 끝나고 숙제를 제출하려고 다시한번 본문을 읽어보는데...

웬걸. 완전 뚝딱이다. 하하.

이걸 어쩌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데 칭찬이 나를 뚝딱이로 만들었다.




keyword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