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관심이 필요한 존재
얼굴이 특별히 눈에 띄는 인상도 아니고, 체구도 작은 편이라 더 눈에 띄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그래도 내가 지나가면 반듯하게 서서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일부러 이름을 찾아보고 외워두었다.
아직 아이들을 맡은 지 삼사일밖에 되지 않은 터라 해봐야 고작 절반 정도 제대로 얼굴과 이름을 매치해서 외운 상태였다. 최대한 빨리 아이들 얼굴과 이름을 익히려고 노력했지만, 하루종일 쏟아지는 업무에 정신이 없는 나날들이었다. 그 와중에 그 아이의 이름을 일부러 찾아보고 외워둔 건 정말 잘한 일이었다.
다음 날이었던가, 그 아이는 복도를 지나가면서 나에게 허리 숙여 인사를 하더니 며칠 만에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선생님, 근데 제 이름 아세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당연히 알지, 너 이름 OO이잖아, 했더니 약간 어두웠던 얼굴이 밝은 웃음으로 가득 찬다. 어떻게 아셨어요라길래 그냥 다 안다면서 멋진 척했지만 사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아이 이름을 일부러 찾아보고 기억해두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이렇게 기습 공격을 해 올 줄이야.
그 후로도 몇 명의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아느냐고 대뜸 물어본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조금 조용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가진 아이들인데, 나랑 일대일로 대화할 틈이 생기면 넌지시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자기 이름을 아느냐고.
천만 다행히도 직전에 이름을 외워두었던 아이들이 그런 질문을 했기에 나는 사뭇 당당하게 받아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 이름을 선생님이 기억해 주는 걸 좋아하는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자기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던 아이들 모두, 너 이름 이거잖아 당연히 알고 있다고 응수해 주면 하나같이 얼굴에 부끄러움 한 줄기와 함께 웃음꽃이 만연해졌다.
생각보다 중요한가 보다. 이름을 기억한다는 건.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도 쇠퇴해지는 것 같지만 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외워두기로 했다. 학생들과의 소통에서 가장 우선되는 건 아마도 그 아이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자신에게 관심도 없었을 것 같은 선생님이 갑자기 이름을 불러주면 상당히 놀래는 아이들도 꽤 많다. 활달하고 외향적이어서 학교 생활에서 무얼 하든 눈에 띄는 아이들은 단번에 각인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들과의 소통 횟수도 높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 든 간에.
하지만 조금 안타까운 건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들은 친구들과는 어떨지 몰라도 선생님이 어떤 이벤트가 있지 않은 한 이름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이름을 알고 있다고 해도 딱히 부를 일이 없는 적도 많다. 스스로 알아서 자기 할 일 하는 조용한 친구들은 정말 이름 부를 일이 별로 없다.
그래도 아이들 이름을 자주 불러주자.
그전에 열심히, 하루라도 빨리 외워두어야겠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생각보다 힘이 강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