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기에는 이유가 있군요
지난여름부터 전 세계적으로 케데헌 열풍이라고 연일 떠들어댔다. 서울국립중앙박물관은 줄이 너무 길어서 못 들어갈 정도로 핫플이 되었다고 하고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고장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하루게 다르게 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굳이 시간을 내서 케데헌을 보기에는 내 삶이 바빴다. 우리 집 아이도 애니메이션을 별로 즐겨보지 않기도 하고, 내 넷플릭스 찜은 목록들은 이미 차고 넘쳐서 해치우지 못한 숙제처럼 늘 남아 있었다.
<케이팝데몬헌터스>를 유일하게 접한 건 쇼츠에서 소다팝이라는 사자보이즈의 노래뿐이었다. 신나고 중독성 있긴 하네,라는 느낌을 받았다. 노래가 좋아서 더 인기가 있나 보다, 하고 말았다.
그러던 내가 뒷북 아닌 뒷북을 엄청나게 치고 있는 중이다. 우연찮게 케데헌 첫 부분을 보게 되었고, ost도 너무 좋고 이어질 내용도 궁금해졌다. 혼자 시간 내서 끝까지 각 잡고 보게 되었다.
오 마이갓. 너무 좋다. 노래도 좋고 스토리도 좋고 주인공도 다 너무 매력 있고 사랑스럽고.
무엇보다 가장 이상한 건 한 번 보고 나니 또 한 번 더 보고 싶은 현상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웬만한 영화나 미드도 두 번 이상 본 적이 거의 드물다. 아주 좋아하는 영화라도 두 번 정도 반복해서 본 게 전부다. 그 이상 반복해서 보면 너무 지겨워져서 못 보겠다. 영어 공부 해보겠답시고 영화 하나를 반복해서 보면 좋다길래 무한 반복하면서 섀도윙도 시도해 본 적이 있으나 나에게 전혀 맞지 않는 공부방식이었다. 똑같은 걸 반복해서 보는 건 나에게는 벌이었다. 이런 걸 보면 나도 약간 ADHD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같은 걸 계속하는 건 너무 싫다.
그런 내가 이상하게도 케데헌을 본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보고 싶어졌다. 또 보고, 노래도 듣고, 또 그 노래도 따라 부르고 싶다. 음치인 내가 감히 <Golden>을 따라 부르다니. 내 목소리는 가히 돼지 멱따는 소음에 가깝지만 그래도 왠지 따라 부르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음악이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기분이랄까.
유튜브에 찾아보니 나처럼 케데헌 중독자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는 영상들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다. 케데헌이 특별히 대박 나게 된 이유를 분석해 주는 영상도 많다. 어찌 보면 극히 단순하고 유치한 스토리라인이지만 각자의 마음속에 감동을 안겨주는 게 가장 크지 않나 싶다. 주인공 루미가 자신의 결점 혹은 숨기고 싶은 치부를 공개하고 당당하게 솔직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전율이 일었다.
최근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들도 이런 감동적인 장면이 다 구현되어 있지만 그런 것들과는 뭔가 다른 정말 강력한 감동을 주는 기분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케데헌 관련 온갖 영상을 뒤져보다가 주인공 진우 목소리를 연기가 배우 안효섭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다. 어쩜 그렇게 매력적인 보이스를 지닐 수 있는지. 영어도 너무 잘해서 한 번 더 반했다.
한 번 보면, 두 번 보고 싶고, OST는 정말 계속 듣고 싶어서 요즘 무한 반복으로 틀어놓고 감상하는 중이다. 아이랑도 시간 내서 같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