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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Apr 14. 2021

요리까지 잘하는 나란 사람 후훗

우리 가족 먹거리를 직접 요리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계속 일을 하고 있었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사서 먹곤 했다. 주말이면 '나도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아무 것도 하기가 싫었다. 간단하게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카레 정도는 만들지만, 누가 뭐 먹고 싶다고 하면 그걸 뚝딱 만들어내고, 철마다 제철음식을 하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가 집에 있게 되면서, 경제적인 이유 반, 시간이 남으니 뭐라도 해 보자는 이유 반으로 웬만하면 음식을 해서 먹어 보기로 했다.

그래 봤자 음식에 도가 튼 선수급으로 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한다. 그저, 나와 가족이 먹는 끼니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해 보자고 시작한 작은 도전이었다.


김장에 도전!

절인 배추를 사다가 포기 정도 미니김장을 한 적이 있었다. 특별히 맛이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맛이 없지도 않은 평범한 김치였다. 이후로는 사기도 꺾이고 해서, 그냥 사 먹고 있었다. 사먹는 김치는 내 입맛에는 너무 달고, 백종원 유튜브를 보니 과정도 간단해 보여서 해 보기로 했다.

결과는 대 성공. 뭐, 특별하게 더 들어간 것도 없는데 맛이 아주 깔끔하니 딱이다. 오죽하면 미슐랭 입맛을 가진 딸내미까지 맛있다고 칭찬을 다 했을까. 성공비결은 절대로 내 감을 믿지 않고(사실은 감이랄 것도 없긴 하다), 레시피 그대로 꼬박꼬박 저울에 재서 넣어서 인 것 같다. 백종원 레시피는 12킬로 기준이었고, 나는 10킬로 배추 상자여서, 모든 재료를 12:10=a:b라는 비례식에 대입해서 열심히 산수를 해서 집어넣었다. 학교 다닐 때, 미분, 적분은 나중에 이걸 어디다 쓸거나며 툴툴거렸는데, 비례식만큼은 김장에 아주 유용하다.

대성공인 김장김치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그래서 요즘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다. 아직 덜 익은 김장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서, 밥 한 숟가락에 길게 올려서 먹다 보면 밥 한공기가 어느 새 없어져 버리고 만다. 빨리 김치가 익던가 해야 할 것 같다.(그래 놓고는 냉장고에 고이 모셔놓고있다) 다이어트에 아주 치명적이다.


음식을 직접 하면 생기는 버릇이 있다.

음식이 맛있다는 확답을 매번 듣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어렸을 때, 엄마가 반찬을 하면 아직 입에 넣지도 않았는데, '맛있지?'라고 자꾸 물어서 짜증이 났던 기억이 있다. 지금 내가 그걸 재생하고 있다. 맛있다고 이미 말했는데도, 다음 젓가락, 그 다음 젓가락에도 계속 맛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으니 말이다. 가족들한테 계속 물어봤자 순순히 대답을 해 줄것 같지 않으니, 내가 내 음식을 먹고는 계속 '맛있다'를 연발한다. 그런데 정말로 이상한 게 내가 만든 음식이 먹을 때마다 맛있다. 아마도 그게 내 입에 맞게 요리를 할 수 있는 음식 만드는 사람의 특권인 것 같다.


어제 점심에는 콩을 갈아서 비지찌개를 했다.

시중에서 파는 비지는, 두부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만드니 실제로 콩의 지분은 얼마 없다. 하지만, 집에서 콩을 불려서 갈아 만든 비지는 콩 100%여서, 너무 걸쭉해질까봐 걱정일 지경이다. 콩을 워낙 좋아하니, 일부러 식감을 즐길 수 있게 거칠게 갈아서는 들기름에 김치를 볶다가 물 조금 넣고, 간해서 먹었더니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이다.

점심에 국그릇 하나 가득하게 먹었으니, 나 혼자 콩을 반컵은 먹은 것 같은데도 계숟 숟가락을 들고 냄비 앞에서 떠나지를 못하고 퍼먹고 있다.


성취감과 내 입맛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직접 요리를 할때 얻게되는 장점이다. 물론 성공했을 때 이야기이긴 하지만 요즘은 음식고수들의 유튜브에 쉬운 레시피들이 많이 있어서 따라만 하면된다. 예전에는 요리책의 도움을 받았지만 원하는 음식이 다 나오지고 글로는 과정이 다 전달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동영상으로는 생소한 식재료를 검색해도 누군가의 레시피가 있고 고수들의 비법을 공짜로 얻을 수 있으니 조금의 정성과 시간을 들이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있다.


어제는 언젠가 사놓고 잊고 있었던 렌틸콩 두봉지를 발굴하고는 레시피를 검색해서 콩전을 해먹었다. 요리법도 간단하고 맛도 구수해서 비오는 날 좋은 반찬이 되주었다. 오늘은 꽃계란말이를 해볼까한다. 계란말이에 꽃이 핀 것같은 아주 예쁜 요리인데 성공하면 딸에게 '와'소리를 들을 것같다.


때로는 간편하게 사 먹기도 하지만, 새로운 요리를 직접 해 보는 것도 일상에서의 흥미로운 도전이 될것이다. 요알못이라면 다 때려넣으면 되는 김치찌개, 까다로운 사춘기 딸이 있다면 명란 파스타, 수고한 나를 위해서라면 불고기에 상추쌈을 볼터지게 먹어 보는 건 어떨까? 

무슨 요리가 떠오르던 도전을 해보세요. 모두에게 맛있는 결과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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