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여름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여름옷을 채 꺼내지도 못한 시점에 말이다. 계절이 바뀔 때면 으레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시원한 냉면, 엄마표 열무김치, 그리고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가 그렇다.
방토 마리네이드를 처음 접한 건 어느 무더운 여름 지루하게 이어지던 장마철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이었다. 신혼이었던 친구의 집들이를 갔는데 맛있는 요리들과 함께 방토 마리네이드가 곁들여 나왔다. 뽀송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가운데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한 입에 쏙 넣었는데 달달함과 새콤함이 입안에 퍼지면서 더위에 지쳐있던 입맛을 깨우는 그런 맛이었다.
깊은 감명을 받았던지라 친구에게 레시피를 전수받은 뒤 집에서 똑같이 만들어 보았다.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밀폐가 가능한 유리용기를 열탕 소독하는 일이다. 유리병이라 깨지기 쉬우므로 끓는 물에 바로 넣지 않고 미리 냄비에 넣어서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며 소독해야 한다. 소독 후 꺼내서 식혀 준다.
본격적으로 방울토마토 한 팩(500g)을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양파 1/4개를 잘게 썬다. 토마토 껍질이 터지기 시작하면 꺼내서 찬물에 담가 놓는다. 그동안 소스를 만든다. 올리브오일 6큰술, 발사믹크림 1큰술, 소금 두 번 톡톡, 꿀 2큰술, 파슬리가루 0.5큰술, 잘게 썬 양파를 넣고 섞어주면 끝이다. (위의 비율은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기호에 맞게 적절히 조절해 주세요.)
방울토마토는 껍질을 까서 유리병에 담고 그 위로 만들어 둔 소스를 붓는다. 그리고 조심조심 잘 섞어주면 끝이다.
냉장실에 넣어두고 1~2일 정도 숙성시킨 후에 먹는다.
양식에는 두 말할 필요도 없고, 한식에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한식에는 맵고 짠 음식이 많은데 반찬으로 곁들이면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입안을 달래주는 기분이다.
이미 여름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 같으니 이것만큼은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