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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Oct 18. 2024

6: 나만 놓으면 사라지는 것들

세상살이, 그 이야기


오늘은 미련하게 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할까 한다. 어릴 때 친구는 내 인생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었다. 친구와 늘 하루를 공유했고, 서로의 비밀을 나누거나 우리만의 비밀을 만들기도 했다. 때론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하게 지내는 걸 보고 질투했던 때도 있었다. 그만큼 친구는 나에게 중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였다.


여러 친구 중, 가장 친하다고 얘기할 만큼 가깝게 지내던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교 때 처음 만나 거의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친구라는 타이틀을 걸어 놓고 지냈는데 한 번의 다툼으로 이제는 그냥 ‘알았던 사람’이 되었다.


20년 동안 그 아이와는 정말 많이 다투었는데, 그때는 다툼의 정도가 친밀도와 비례한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다 보니 서운함 또한 스스럼없이 얘기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보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지내는 동안에는 잘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다른 사람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생각이나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고, 나는 혼자 노력하는 관계의 무의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와의 끈은 많이 비틀어져 끊어질 듯 아슬아슬한 관계가 되어 있었다. 굳이 참으면서 까지 관계를 이어가야 할 이유가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그 끈은 끊어지고 말았다. 고작 사소한 다툼이었다.


너와 나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순간, 그렇게 마음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장단점이 있고, 그 아이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는 결이 잘 맞는 사람일 테니 잘잘못을 따지고 싶진 않다. 그저 그냥 처음부터 스쳐 지나갈 운명이었구나 싶다. 생각해 보면 나만 놓으면 사라질 관계였던 것 같다. 친구라는 무기로 나는 그 아이를 붙잡고 힘들게 한 건 아니었는지 그동안의 나를 돌아보며, 놓아야 할 것들을 미련하게 붙잡아두는 것이 나에게 독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그동안의 우리 추억은 작은 마음 한편에 내려놓고, 이제 각자의 길에서 서로의 사람들에게 더 집중하고 사랑하면 되겠지. 그러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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