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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pr 02. 2022

아이들이 자연이다.

가장 빛나는 순간은 자연과 함께일 때

유치원을 벗어난 첫나들이가 시작되었다. 그 이름도 예쁜 별 동산으로.

두 군데의 원을 운영하시는 이사장님께선 경기도 어느 한적한 참나무 즐비한 곳에 미적 감각 돋보이는 건물 안에 체험공간을 마련하신 것.

이름만 들어도 밤이면 수많은 별들이 우르르 쏟아질 듯 빛나는 곳이지 싶은데, 지금은 외지고 조용하기보다 근처 지하철역과 대형마트까지 생겨 곧 도심 불빛이 밤하늘 별빛을 능가할 거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주변이 개발되어 있었다.


“대단한 무언가 있는 줄 알았는데, 별 거 없더라고요.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고 하셨으니 건물은 멋이 있을 텐데, 글쎄요...”

잘 모르겠다는 듯 먼저 다녀와 보신 J 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버렸다.

이름 듣고 상상만으로 근사한 곳이었는데... 보고 듣고 느끼는 이에 따라 다른 것이니까.


놀이터도 없던 예전 놀이학교에 비하면 지금 유치원은 무조건 아주 좋은 환경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초등과정과 연계된 커리큘럼으로 모든 교구 활용을 최대한 지키며 활동하는 것도. 아파트 주민과 함께 쓰긴 해도 대형 놀이터가 있고, 정원 놀이터와 빈 공터도 따로 마련되어 언제든 밖만 나서면 바깥놀이가 가능한 점은 훌륭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이다.


거기다 차 타고 30여분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별 동산이라니. 코로나로 야외학습 맘대로 못 다니고 있는 요즘, 아이들 대 근육 활동과 야외놀이에 최적의 조건인 셈이었다.


별 동산을 찾는 이들의 아지트 같은 곳. 바깥놀이 체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모래와 흙을 맘껏 만져볼 수 있다는 건 그 자체가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7세 반 아이들은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듯 목소리가 들떠 있다.

별동산 초입의 나무들 꽃눈 잎눈 오동통 해지며 3월의 봄이 마구 달려오고 있는 게 느껴진다.

수확 끝냈던 텃밭도 생명의 씨앗 품을 기대로 땅 속의 흙을 들썩이고 있을 터. 교실에서 아이들 의자에 엉덩이 못 붙이는 모양과 흡사하다.


텃밭 갈아엎어 모종과 씨앗 뿌려주고, 때 맞춰 물주며 커가는 재미, 거두는 재미를

느껴본 이라면 다 아는 것일 텐데, 곧 보여줄 아이들의 반응이 더 기대된다. 씨앗 한 알에서 생명의 움틈을 보며 놀라고, 반기면서, 그 고유 가치와 아름다움을 아는 시간이 될 것임을.  


대단한 무언가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흙 한 점 묻는 걸 극도로 못 견뎌하고, 물 빠짐이 좋아 소나기 그친 후 바로 뛰놀 수 있고, 무릎 까지기가 드문 고무바닥 재질의 장점과 다른 흙 놀이터지만,

놀이하는 과정을 봤을 때 흙과 모래 자체가 귀한 놀잇감이란 걸.

모래만 있어도 놀이는 아주 다채로워진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삽으로 모래를 퍼 올려 산을 만들고 집과 연못이 있는 꽃밭, 인체의 장기 중 콩팥을 선보이며

사람 장기를 만들어 보이며

 각자 모두 다른 놀이를 구상하고 있는 모래밭 놀이였다.

그런 점에서 별동산은 그 자체로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반짝거렸다.


주말 지나고 등원할 때면 아이들은  포켓몬 카드 집이 부풀었다거나, 로블록스, 신비 아파트를 봤네 못 봤네 등 만화영화 보거나 게임카드 사거나 게임한 얘기가 주로 오가는 요즘 아이들이다.


가끔씩 나무그네와 흙, 모래놀이가 가능한 별 동산을 찾아 놀이할 수 있는 것만으로 어린 맘 친구들의 안정감과 생명 소중함을 아는 시간이다.

도토리나무 밑 흙 속에 살던 작은 애벌레 한 마리도 살려 보내주는 아이들의 맘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시간

어른들이 지켜주어야 가능한 일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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