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May 20. 2022

출근길 받은 에너지로

눈길이 머무는 곳은 어김없이 카메라의 눈도 닿는다. 1분 1초를 다투는 이른 아침 출근길,

아침 햇살에 비친 꽃잎과 나뭇잎의 반짝임에 쳐다보지 않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곳을 지나치지만 하루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이 좋은 오월에

꽃을 피우는 장미들.

아파트를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장미꽃의 행렬에 샤르르 꽃잎 펼쳐보이듯 기분도 덩달아

곰실거린다.

하루의 시작 새날의 시작점이 설레고 부풀 듯 오늘 하루 이 기쁜 맘이 기꺼이 가치 있는 손길로 닿아지길.

맘 다져 먹은 지 몇 분 지났다고 아이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그 다졌던 맘을 꺼내 써야 한다.


5세반 M이 오줌을 누다 팬티가 살짝 젖었나 보다. 어머님께서 여벌로 보내신 팬티 3장 중에 골라 입으라고 담임 선생님께서 권했지만, 셋 다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팬티는 젖어 찝찝하고, 이것도 저것도 싫다며 계속 징징거리니 지나가던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핑크, 파랑, 하늘색 등 색깔도 무늬도 다양했건만, 통하지 않았다.


원에 비치된 여벌 팬티 10장을 들고 와서 보여주었다. 여러 개 중에도 맘에 드는 것이 없다며 더 큰소리로 울었다.

대안으로 이것저것 몇 번을 물어도 머리를 저으며 징징거릴 뿐이다. 한참 지나서야 원하는 바를 겨우 말하는데, 젖어 있는 그 팬티를 말려달라는 거다. 건조기나 드라이기라도 있으면 휘익 바람을 일으켜 말릴 텐데...



오줌 묻은 그 팬티를 손에 들고 핸드 타올로 꼬옥 눌러 보았다. 금방 마를 리가 없다. 나야 아이 둘과 여러 수십 명의 아이들 똥, 오줌을 만진 손이라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데 별 무리가 없다. 스무 살을 넘긴 곱고 예쁜 그 선생님들이 오줌 묻은 팬티를 들고 말려야 하는 상황을 떠올리니...젖은 그 팬티 외엔 아무것도 입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실수를 할 때면 그런 방법 외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오줌이  어쩔  수  없이  묻었을  땐  새 것으로  갈아입는게  왜  좋은지  등  앞으로 선생님과 함께 풀어나가야 숙제처럼 보였다.


한 예로 든 것이지만, 참 다양하게 아이들은 제각각 말이 안 된다 싶은 것으로 고집을 부릴 때가 많다. 그런 일이 있을 때면 부모였다면 버럭 소리를 질러 아이를 다그쳤겠다 싶은 순간에도 우리 젊은 선생님들 평정심을 가지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도는 것이다.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부모님을 대신하여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예쁜 선생님들, 정말정말 고마워요.”

그대들이 있어 아이도 부모님도 정신 차려 다음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는거라고.


아이들과 호흡하며 같이 지내다보면 무념무상. 매순간 맘속으로 숨을 크게 쉬며 릴렉스를 외쳐야 할 때가 많은 것이다. 면밀히 관찰하지 않더라도 자주자주 보이는 상상을 벗어난 아이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처해 나가는 우리 20대 선생님들을 보노라면

 “우리 예쁜 선생님들 정말 애 많이 쓴다.”

저절로 어깨를 토닥이며 등을 쓸어주게 된다.


한 아이마다 그 뚜렷한 개성을 존중하며 대하는 것을 넘어 상처주지 않고 잘 보듬어 안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알기에 뒤돌아서며 눈물이 핑 돌 만큼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한 아이를 살리는 일이 우주를 살리는 일과 동일 선상임을 믿기에.

매거진의 이전글 솜사탕 같은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