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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Aug 17. 2022

멋쟁이는 아무나 하나

S로 인해 진화 중

올해 일곱 살 반인 S는 두 반 중 유일하게 반일반 수업을 끝내고 2시 30분 차로 하원한다. 얼마 전까지 그러니까 7월이 되기 전까진 한 명이 더 있었다.  

그 친구가 7월부터 종일반에 합류되면서 혼자 하원하게 된 것이다. 반 친구들과 옆 반 친구 모두 남아 활동 중인데, 5세 반 동생 한 명과 하원 차에 오를 때면 편치 않을 거 같은 맘일 텐데,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 의아했다.


모두 남아서 하는 활동이 특별한 날도 있을 터이고, 다음 날 원에서 주고받는 대화 속 이야기로 이어질 경우 자기 혼자 모르는 이야기에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러니 자기도 종일반 시켜 달라 조르거나  떼쓰는 일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일찍 하원하는 것을 즐기는 듯 보일 뿐.


세 살 동생을 돌보던 엄마께서 S를 등원시킨 지 얼마 안 된 시간, 소위 말해 돌아서면 마중 나오셔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을 테고, 하원 후엔 큰 아이를 위한  모드로 바꿔야 할 터이니

“너도 친구들과 함께하는 종일반을 해보지 않으련?”

새 학기가 시작될 때부터 물어봤을 테다.

엄마의 물음에도 완강한 거절이라 큰 아이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


S엄마께서 결혼 전 유치원 선생님이었다는 걸로 봐선 유아기의 찰나 같은 시기가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에 딸의 의견을 존중하는 듯 보였다.


일찍 하원하는 S를 위하여 피아노와 바이올린, 미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계시고. 바이올린 미뉴에트 3번을 배웠다며 곧잘 흥얼거리며, 작년 담임선생님과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한글 깨치기의 담벼락도 넘어섰다.


어느 날, 엄마 닮은 재주로 팔찌를 만들었다며 선물로 가져왔다. 팔찌 하나 만들어 나에게 끼워주었는데, 난 하루 종일 예쁘다 멋지다란 인사를 받았다.

어른이 볼 땐 유치하기 그지없는 팔찌가 아이들의 눈길은 여지없이 그곳에 머문다는 걸

느낌으로 감으로  알 수 있었다.



방학 전 선생님께 줄 선물을 만드는 중이라고 며칠 전부터 알려왔다. 솜씨 좋은 S가 이번엔 또 무얼 만들어 선보여줄까 기대와 호기심이 가득이었다.

친구들 모두 종일반이라 3일만 방학이다.

 혼자 3주간의 방학으로 들어가기 직전 하원 길에 S는 선물을 내밀었다.


‘선글라스!’

여름휴가철의 필수 아이템이 아닌가.

종이로 그리고 오려 붙였으니 물에 들어가면 찢어질 수 있으니 코팅을 해서 쓰라는 친절한 안내까지 곁들였다.

전체적인 안경테는 수박을 연상해서 그린 것이라 수박과 잘 잘린 수박을 포인트로 올렸다고 한다. 참외와 하트로 안경테를 감싸고 있어 그리면서 사랑을 듬뿍 담은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


 “선생님, 선글라스 코팅해서 물에 들어갔어요?”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등원 길에  오른  S는 잊지 않고 물어왔다.

“당연하지. 온 세상이 빨갛게 보이더라.”

손수 만들어 준 물안경같은 선글라스를 껴 보려 했을 때, 머리통에서 걸린 게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났지만,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까르르 깔깔... 그게요, 수박 알이라서 그래요.”

수다스러울 만큼 호탕한 웃음을 웃어 보이는 S를 보는데, 마스크 속의 나의 입꼬리도 한껏 올라갔다.


지난 번 팔찌 준 게 며칠 됐다고 집에서 또 팔찌를 만들었다며

팔에 직접 끼워준다.

"지난 번에  준  것도  잘  쓰고  있는데..."

더운 날  패턴을  생각하며  꿰고  앉았을 S가  아른거려  말끝이  흐려졌다.

"또  드리고  싶어요."

너무나  분명해서  받아  끼고  다니지  않으면  아니되었다.

덕분에  이쁘고  멋진 S를  점점  닮아가고 있는 중이다.

멋이라면 높은  담벼락을  쌓고  살던  내가  허물고  깨부수는  중이란  말이다.

멋스러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날을  꿈꾸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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