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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희 Oct 15. 2023

잘못된 전지적 작가시점

# 작품에서조차 무조건적인 비난이 난무한다.


책을 보든, 드라마를 보든, 웹툰을 보든, 영화를 보든 댓글을 보며 자주 갸우뚱거리게 하는 댓글은 상황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다. 그러한 경우는 대체적으로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여 오해하거나, 주인공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여 피해를 주게 되는 경우이다.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전후 사정을 살펴보면 충분히 그러할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그 주인공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여 비난 받을 정도까지는 아닌 것이다.


#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주인공을 오랫 동안 짝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자. 그런데 주인공은 워낙 이 사람, 저 사람 치근덕거리고 여러 연인들과 사귀고 헤어지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주인공이 진정으로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고 하자. 그 짝사랑하던 사람이 그 마음을 과연 바로 믿을까? 나는 오히려 바로 믿는 게 이상하단 생각도 든다. 지금껏 수많은 추문과 수많은 연인들을 봐 왔는데 갑자기 나를 좋아한다고 하니 물론 기쁜 마음도 들었겠으나 함께 불안한 마음도 들지 않을까? 그래서 바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왜 주인공의 마음을 몰라주냐, 답답하다, 저러면서 지금껏 뭘 주인공을 좋아해왔다고 주장했냐, 저런 마음도 못 알아차릴 정도면 진짜로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등등... 그런 비난의 댓글이 쏟아진다. 물론 모든 댓글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이런 댓글 혹은 반응이 쏟아진다. 오로지 주인공 하나에 몰입하여 주인공에게 해가 되는 것 같으면 모두 그냥 역적인 셈이다.


#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상대방을 정신차리게 하기 위해서 맘에도 없는 모진 말을 하기도 한다. 혹은 상대방의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오히려 모른 체하고, 비난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그럴 때에 당연히 그것을 당하는 상대방이 좋을 리가 있을까. 주인공에 대해서 오해하게 되고, 주인공에 대한 배신감에 치떨기도 하고, 때론 주인공에게 복수하겠다는 어긋난 마음을 갖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그 상황에 닥치면 충분히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또한 그러하지 않다. 저러니까 인생을 저리 사는 거다, 믿음이 없는데 상대방이 나에게 잘해주길 바라냐, 본인이 못난 주제에 주인공에게 복수하려고 하네... 갖갖이 멸시의 말들을 토해낸다.


# 전지적 작가시점의 방향성


우리가 혹은 타인이 이렇게 비난할 수 있는 것은 전지적 작가시점 즉 신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읽고 보고 있는 독자와 시청자들은 앞뒤 전후 사정을 모두 다 알고 있고, 주인공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상황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러하다 보니 속 터지는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데 한 쪽으로만 일방적으로 비난으로 이어져가는 것이 과연 전지적 작가시점의 올바른 방향성인 것인지 의문스럽다. 어떻게 다 알고 있는데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게 따지면 나는 과연 이런 사람들이 현실에선 얼마나 상대방의 입장과 상황을 헤아릴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 현실도 결국 이것의 연장선상이란 느낌이다.


소설이든, 영화든, 만화든, 드라마든 어차피 그건 만들어진 이야기이고, 독자와 시청자는 설령 주인공이 죽는다 한들 자신의 인생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입장에서 바라보게 되는데 그때조차도 이해할  없는 여러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이 현실에서 과연 이해가 될까?  3 입장에서  걸음 떨어져 있음에도 주인공을 혹은 내가 좋아하는 인물을 힘들게 한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든지 비난할  있다면, 현실에서 그런 일이 맞딱뜨렸을  이해하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최소한 가공의 작품에서조차 인물간의 관계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이해심을 바라는  무리지 않을까.


그러니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학부모가, 교사가, 학생이, 사장이, 손님이 갖갖은 해괴한 사유들로 이해 못할 일들이 터진다고 본다. 나는 저런 생각도 해 본 적 없고, 내 주변도 저런 사람이 없는데 어디선가는 일어나고 있는 아주 이해 못할 일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결국 전지적 작가시점 즉 자기가 신의 입장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중심이다 보니까, 내가 주인공이니까 내 기분 나쁘면 끝인 거지. 상대방이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했는지 헤아릴 생각조차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소위 쿨병에 걸렸다고 하는 사람이 막상 자기 일이 되면 입에 거품 물며 난리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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