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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수용 May 31. 2021

과거에 얽매인 이들에게

현재의 나를 결정하는 것

예전에 한창 유행하던 이야기 중에 '사람들은 죽기 전 항상 '껄껄껄'하고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무슨 의미인가? "취미를 가져볼 걸", "주변 사람 좀 잘 챙길걸", "배우자랑 추억을 더 많이 만들 걸" 등등 과거를 후회하며 죽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유행했던 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를 많이 후회한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필자도 과거를 후회할 때가 있고 세상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과거를 후회 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실 과거를 후회한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과거가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예전에 잘못한 경험을 토대로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과거에 잡아먹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과거로 인해 미래의 인생이 망쳐졌다고 생각한다. 여기 한 20대 중반의 청년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청년은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 하지 못해서 좋지 않은 대학교를 그저그런 성적으로 졸업하였다. 당신이 이 청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군가는 대학이 상관없는 공무원 공부를 하겠다고 할 거고, 또 다른 사람은 여러 자격증을 취득해서 자신의 스펙을 올릴 거라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시 공부하여 취업에 유리한 대학에 다시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과거에 공부도 못했고,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으니 취업을 못할거야. 하더라도 이상한 회사나 일용직밖에는 못가겠지' 같은 생각을 하하며 자신에게 있는 많은 기회를 흘려보낸다.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상당히 미련해보인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가 되면 저런 사고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왜 그럴까?




과거를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살아간다. 그들에게는 과거나 미래가 없이 오직 현재만 살아간다. 그래서 과거에 사냥을 얼마나 많이 실패했든지 간에 당장 배가 고프면 사냥을 하러 나가고, 초식동물들은 과거에 같은 동물이 잡아 먹혀도 일단 도망가며, 자신이 잡히더라도 계속해서 빠져나가려 몸부림친다.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 당장의 위험을 피하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만약 개나 고양이가 과거와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면 수의사들의 진료가 훨씬 편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장의 불편함을 참으면 고통이 줄어들 것을 알아서, 주사를 맞아도 가만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들도 역시 과거나 미래를 살지 않는다.


과거를 회상하고 곱씹어 볼수 있는 인간은 동물들과는 다르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문제는 과거의 경험이 현재와 안맞을 경우 문제가 생긴다. 어떤 미로에 쥐와 먹이를 놓고 쥐가 먹이를 찾아가도록 하면 시간은 걸리지만 어쨌든 찾아간다. 먹이의 위치를 쥐가 외웠을 때 먹이의 위치를 바꿔보면 쥐는 어떤 행동을 할까? 처음에는 당황하겠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먹이를 찾아 나서고 결국 찾아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런 상황을 마주친다면 어떨까?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먹이가 나타날 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어떤 방향으로 이동했는지를 기억해서 그대로 다시 할 것이다. 먹이는 다른 위치에 있는게 진실인데도 말이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안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런 사고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인간이 주술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술적 사고는 사주, 점성술을 믿게 하며 고정관념을 만든다. 그리고 위에 서술한 20대 청년의 사고방식처럼 사고를 제한하기도 한다. 자신의 현재 상태, 들은 이야기, 직접 본 경험, 사회 통념 등으로 자신의 한계를 미리 정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과연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미친다. '과거의 나'가 '축적된 것'이 현재의 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래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는 과거이기 때문에, 과거가 미래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현재의 나가 과거의 영향력을 바로 끊어버린다면 어떨까? 현재의 내가 과거가 이끄는 방향으로부터 삶을 돌려버리면 더이상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 않을까? 과거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현재를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현재에서 과거의 영향을 차단해버리면 미래는 더 이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혹시 과거로 인해 절망하고 있는가? 과거의 행적으로 더 이상 내 삶이 나아질 수 없다고 믿고 있는가? 그건 헛된 믿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의 나로 인해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물론 과거의 영향력이 현재에 미치기 때문에 미래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계속해서 과거에 저항하다 보면 조금씩 과거의 영향은 옅어질 것이고, 그런 경험이 계속 쌓이게 되면 결국 과거와 전혀 다른 내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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