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조2천억 달러 외식비 지출, 마트보다 레스토랑이 더 바쁘다
미국인들의 지갑에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마트에서 장 보는 돈이 외식비보다 훨씬 많았는데,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2023년 미국인들이 레스토랑과 배달 음식에 쓴 돈은 1조2천억 달러로, 집에서 해먹는 음식비를 압도적으로 뛰어넘었다.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데이터를 보면 이런 역전 현상이 얼마나 극적인지 알 수 있다. 외식비는 팬데믹 때 잠깐 주춤했지만, 그마저도 금세 회복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이 없다. 아니, 정확히는 요리할 시간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길어진 근무시간, 늘어난 통근시간, 각종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그냥 시켜먹자'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집에 와서 재료 씻고, 자르고,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것보다는 앱 몇 번 터치하는 게 훨씬 간단하니까.
게다가 배달 앱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할인 쿠폰, 무료 배송, 포인트 적립까지. 마치 외식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느낌까지 들게 만든다. 결국 편리함이 비용을 압도한 셈이다.
문제는 이런 트렌드가 단순히 소비 패턴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부 음식과 배달 음식은 집에서 해먹는 것보다 칼로리도 높고 나트륨도 많다. 당연히 비만율 증가로 이어지고, 그게 다시 의료비 폭증으로 연결된다. 개인 가계는 물론 국가 예산에도 부담이 된다.
더욱이 외식비는 인플레이션에 더 민감하다. 인건비, 임대료, 원자료 가격이 오르면 바로 메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인들은 편리함을 위해 지갑과 건강을 동시에 희생하고 있는 셈이다.
총식비 지출이 2조 달러를 넘어선 지금, 미국 사회는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가 왔다. 이 정도로 외식에 의존하는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한가?
미국인들이 집밥 대신 배달앱을 선택한 결과는 지갑은 텅 비고 뱃살은 잔뜩 늘어나는 완벽한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