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의 시간 / 믿음 014
성경에는 수많은 인물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통하여 여러 인생사를 곁눈질해 볼 수 있다. 그 안에는 의인과 악인, 평탄한 삶과 파란만장한 삶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런 인물 중에 대표적인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다윗이 아닐까 싶다.
다윗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남의 부인과 동침하는가 하면,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그 남편까지 죽이는 죄를 범하기도 하였다. 그는 통일 왕국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으로, 왕국의 기틀을 마련하고 왕국의 최전성기를 맞이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환난도 숱하게 경험하였다. 사울 왕을 피하여 기나긴 도망자 생활을 하였고, 아들의 반란으로 왕궁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르기도 하였다. 또 이웃한 왕국들과 수많은 전쟁을 치르기도 하였다.
시편 56편은 다윗이 그런 위기 속에서 지은 노래이다. 다윗은 그때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사람이 나를 삼키려고 종일 치며 압제하나이다 내 원수가 종일 나를 삼키려 하며 나를 교만하게 치는 자들이 많사오니”(1-2절). 그렇게 많은 원수 앞에서 느꼈던 다윗의 감정은 한마디로 ‘두려움’이었다(3절). 그렇지만 그 두려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을 향한 찬양으로 바뀌었다.
그 변곡점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긍휼을 구하였는데, 그 기도 속에는 그분이 자신을 구원하실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주께서 내 생명을 사망에서 건지셨다”라는 선언까지 하였다.
그렇다면 다윗은 어떻게 해서 하나님을 향하여 강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하나님에 대한 '선험적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 선험적 경험은 주님의 책에 기록된 말씀을 읽은 것에서부터 출발하였다. 8절에 보면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다윗이 이미 주의 책에 기록된 말씀을 읽었거나 들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다윗의 다른 시편에서는 그 사실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나의 입이 기쁜 입술로 주를 찬송하되 내가 나의 침상에서 주를 기억하며 새벽에 주의 말씀을 작은 소리로 읊조릴 때 하오리니”(시 63:5-6). 그는 말씀을 듣고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읊조리기까지 하였다. 그는 이렇게 말씀을 통하여 구원의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실제 그의 모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도로 하나님을 의지할 때 약속의 말씀대로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수없이 경험하였다.
우리의 삶도 다윗처럼 크고 작은 위기 속에 놓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 이기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갈등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고, 그 갈등으로 인하여 수많은 문제와 위기가 발생한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그것이 발생하고, 이웃과의 관계나 자신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모순에 의하여 그것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결코 피해 갈 수 없다. 이런 모든 경우에, 다윗의 노래는 우리에게 문제 해결의 귀중한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