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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브랜드는 왜 50억에서 멈추는가

by 심상보

30억에서 50억 원 정도의 연 매출을 기록하는 브랜드는 이제 막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단계라 할 수 있다. 생산 최소 수량을 넘겨 안정적인 제품 공급이 가능해졌고, 일부 상품은 온라인을 통해 대량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단계의 브랜드가 직면하는 문제는 ‘규모의 한계’다. 매출이 늘어도 순이익이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다.


보통 이 정도의 규모라면 상시 근무 인력이 5명 내외, 성수기에는 아르바이트 2~3명을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 문제는 인력 충원과 관리에 계속해서 공력이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업무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 매출이 50억 원이고, 그 중 60%의 판매율을 보이며 원가 비중이 35%라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생산비만 약 28억 원에 달한다. 인건비와 기타 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순이익은 5천만 원 정도. 그것도 아주 운이 좋은 경우다.


즉, 50억 원 미만의 매출 구조로는 장기적인 영업이 어렵다. 브랜드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익률을 높이는 동시에 외형 매출을 100억 원 이상으로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자사몰이나 자체 매장을 기반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고가의 제품을 높은 마진으로 판매할 수 있다면 연 매출이 20억 원이어도 충분한 순이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이미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하거나 오랜 시간 신뢰를 쌓아온 브랜드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브랜드라면, 이 같은 안정적인 구조를 단기간에 만들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미지 유지를 위한 마케팅 비용이 꾸준히 소모되므로, 결국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통해서만 이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100억 원에서 150억 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면, 이 시점에서는 굳이 대중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대중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보려면 애초부터 대량 유통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대신 현재의 50억 원 매출을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인을 분석하고, 그 기반 위에 더 단단한 소비자 집단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소비자를 단단히 묶어두면서, 동시에 새로운 ‘매니아층’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소비자와 브랜드 이미지를 연결하는 접점을 찾는 일이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타깃 소비자에게 홍보를 강화하는 것이지만, 이 단계에서의 광고비는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낮다. 대부분 홍보비만큼의 매출이 발생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관심사를 가진 브랜드나 이벤트, 전시 등과의 연계 마케팅이 훨씬 효율적이다.


반대로 피해야 할 전략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규모 팝업스토어나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마케팅이다. 팝업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필요한 비용을 상쇄할 만큼의 실질적인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충분한 팬덤이 형성된 이후에 오프라인 팝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명 연예인을 기용하는 방법 역시 단기적으로는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이다. 연예인의 이미지 사용이 종료되면 브랜드의 영향력도 급격히 약화되고, 브랜드 자체의 정체성이 연예인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 이런 방식은 대형 브랜드가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브랜드의 감각과 결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훨씬 효과적이다. 단, 이런 협업은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명확히 자리 잡은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이 단순한 노출이 아닌, 브랜드 가치 확장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매출 50억 원대의 브랜드가 넘어야 할 벽은 단순한 판매량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구조와 방향성의 문제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팔 것인가’보다 ‘누가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게 만들 것인가’다. 브랜드의 철학과 감각을 공유하는 단단한 소비자 집단이 형성될 때, 비로소 100억 원의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피리엔콤마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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