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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Jun 24. 2024

2024년 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작품 콘셉트

나는 86학번이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정했던 디자인 주제는 '또 다른 지구', '최첨단 미래', '광란의 디오니소스 축제' 등이었다. 요즘 학생들의 디자인 주제는 '또 다른 자아', '도피처', '악몽', '스트레스, 번아웃' 등이다.현실에 대한 부정적인 젊은 세대의 불안한 시선이 드러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과거와 달라진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반도 5천 년 역사 중에 최고로 부자다. 부자 나라를 만들기 위해 윗 세대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산업 역군이 되어 악착같이 일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부자 한국이 되었다. 그리고 성취감도 느꼈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윗세대가 이룬 것만큼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한 경제적 여유로 행해지는 온갖 경쟁에 시달려야 했다. 의심할 바 없이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적 혜택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는 역사상 가장 많은 지식을 채우기 위해 학생들을 숨 막히게 몰아붙였다. 그것도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돈을 잘 벌 수 있는 방법 위주로......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감각이 필요하다.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서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민도 필요하다. 하지만 디자인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경험이다. 디자이너의 경험 대부분이 경쟁사회에서 받은 정신적 압박이라면 작품의 주제도 부정적이고불안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젊은 학생들의 디자인 주제는 고통스러운 심경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거나 때로는 비현실적인 가상의 세계를 통해 고통을 부정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디자인을 가르치다 보니 학생들의 스케치만 보고도 그들의 맘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학생의 디자인에서 점점 더 심해지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안타깝기도 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고 바꿔보려는 용기가 가상하기도 하다. 데이터로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심리적 불안은 너무나 심각하다. 특히 젊은 세대의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나는 어떤 능력을 갖고 있어도 어떤 조건에서도 훌륭한 디자인은 가능하고, 진짜 디자인은 나와 너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려고 했다. 열심히 했다. 그리고 이번 학기 나와 함께 디자인을 공부한 학생들의 작품에서 희망의 찐한 감동을 느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한국인의 DNA가 분명 우리 젊은이에게 있을 것이다. 우리가 늘 그렇게 문제를 해결해 왔듯이 또 그들은 훌륭하게 지금의 어려움을 이기고 희망을 만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4년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크리에이티브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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