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가르치는 전문가

전문가는 초보자의 심정을 잘 알지 못한다. 초보였던 시절이 너무 오래돼서 초보자의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디자인 초보자인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 초보자의 세세한 감정을 알 수 있다면 좀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에 필요한 경험이 쌓여가며 초보에서 점점 더 멀어지니 경험 많은 전문가가 초보자의 마음을 잘 알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은 전문가인 나는 현재 상황에서 초보자의 마음과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나의 방법은 상대방이 나에게 보내는 다양한 신호에 집중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먼저 나의 기준으로 상대방이 보내는 신호의 의미를 판단하고 오류가 있으면 즉시 수정한다. 운이 좋으면 주고받는 몇 번의 신호로 상대방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신호를 주고받아도 상대방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상대방의 취향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거나, 또는 자주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생들은 경험이 적다. 하지만 스스로는 완성된 경험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대한 경험치는 일반적인 지식과 달리 어떤 나이라도 살아온 인생의 완성된 감정을 갖고 있다. 디자인은 감정에 대한 표현이다. 그래서 나이에 맞게 디자인을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이 환갑인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긴 어렵다. 반대로 환갑인 사람이 초등학생의 디자인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환갑의 의식이나 신체에 맞는 디자인이기보다는 초등학생의 감정에 흥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이 환갑의 디자이너 작품이 좋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초등학생의 완성된 감정 기준으로 멋지기 때문이다. 환갑인 사람은 초등학생의 경험이 있지만 초등학생은 환갑의 경험이 없다. 따라서 좋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완전히 다르다. 학생에게 교수의 감정을 가르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떻게 감정을 만들고 표현할 수 있는지 과정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이면서 환갑이 다되어가는 교수는 어설픈 감정으로 머리가 터져가는 학생을 칭찬하기도 하고 다그치기도 하며 디자인을 설명하고 좋은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을 최선을 다해 가르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얼마나 진이 빠지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쳤나! 몇 명의 학생이 극한의 다지인적 고통과 희열을 느꼈나 !이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