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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제 Mar 01. 2023

HR도 현장 경험을 해야 하는 이유!

문득 든 생각...HR

S사 외식업체(그 당시 매출 약 1,100억)에서 전략기획실 업무를 했던 시절 업장과 공장을 직접 몸으로 체험해야 속이 시원하던 시절이 있었다. 업장에서는 홀과 주방을 오가며 일을 했고 공장(육가공)에서는 양념실에서 양념 만들고 고기를 재우고 포장하는 일을 했더랬다. 그래야 무슨 일을 하는지 힘든 일이 무엇인지 개선할 것은 없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냥 방문해서 면담을 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경험상 현장 직원들과 면담은 형식 그 이상의 답변은 얻기가 힘들더라. 그래서 몸으로 부딪히는 방법을 항상 고수한다.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을 받으면 그 뒤에 이러지는 업무 프로세스가 머리에 그려진다. 카트에는 이미 기본 찬이 올려져 있고 포스를 통해 메뉴가 정해지면 주방에서는 주메뉴를 내어주고 이를 받아서 손님 상에 내어주면 담당 서버가 고기를 맛있게 구워준다. 고기를 굽는 것이 기술이기에 나는 기술의 경지까지는 체험을 못했으나 적어도 듣기만 했던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경험을 했다. 


이론이 아닌 실기로 직무 분석을 한 셈이다


주방에서는 설겆이 경험만 했으나 그 안에서 이뤄지는 것들을 보며 주방 내에서도 세부적인 역할을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한식, 중식, 일식을 다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도 값진 경험이었다. 


공장에서는 본사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처음에 반감이 있었다. 지원해 주기로 한 것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과거의 경험이 이유였다. 그야말로 불신. 왜 왔는지, 해 줄 것 처럼 말만 듣고 그냥 가는건 아닌지 등의 의심이 많았다. 아니다 라고 해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작업복으로 갈아 입었다. 

하얀 작업복에 하얀 모자까지 쓰고서 양념실로 들어가서 옮기고 나르고 포장하고 ㅎ 몇 시간 안했는데 팔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 그렇게 한달 반을 꼬박 양념실에서 일했다. 1주일 동안은 우왕좌왕 하는 모습에 직원들이 웃더니 2주째 부터는 너무 잘 챙겨주더라. 

그렇게 직무에 대한 얘기부터 개인사까지 공유하고 업무 환경에 대한 얘기까지 좀 더 진솔하게 나눴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업무 환경은 많이 열악하기도 했고 점점 늘어가는 업장 대비 생산량을 맞추기가 힘든 상황임은 당연했다. 


본사로 복귀해서 처음 한 일은 약속 이행이었다. 

매주 보고서를 올렸지만 바로 시행되는 건 없었기에 작업실 바닥 수리부터 필요 물품 구매 등 최대한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부분을 우선순위로 두고 진행했다. 작업이 있을 때 마다 공장을 방문했고 더 보완할 것들이 없는지 일일이 체크했다. 업무에 필요한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 판단했고 그 다음은 생산성 향상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때부터 나는 HR도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문의 방법도 있고 면담의 방법이 있지만 참여도와 답변의 질을 높이기까지는 부단한 노력과 인식 개선이 우선시 되야 하므로 직접 찾아가서 체험해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현장에서 얻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일단 직무 분석을 좀 더 상세히 할 수 있다. 사무직과는 다르게 단계별 분류도 용이하다. 직무 분석이 된다면 그 다음 HR 업무는 다들 아시다시피 보다 수월하게 진행된다. 호봉제를 다듬고 승진체계도 다듬고 교육 프로그램도 개선했으니까. 무엇보다 업무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머리로 구두로 전해지던 업무들을 문서화 시켰다는 점이 가장 유용했던 것 같다. 


자체 솔루션을 보유한 SI업체(주로 대학교, 공공기관 위주)에서 HR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유지보수 인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장으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보기 위해서는 내가 현장을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4개월 정도를 각 현장에서 2주 혹은 한달을 지냈다. 처음 시작은 HR 관련 제도 정착과 리더십 개선을 위해서였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니까. 


HR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는 리더급 이상 별도로 회의시간을 만들어 미리 전달하고 잘 이행될 수 있게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각 사이트별 리더의 성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도 실행여부도 달랐다. 그래서 현장을 갔다. 주니어, 시니어 모두 면담을 하기도 하고 전체 회의 때 참석하기도 하고 잘못 이해하는 부분을 수정해주며 시간을 보냈더니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현장에서 복귀하면 늘 하던 고민이 있다. 내가 현장에 없을 떄도 잘 될까? 라는 고민. 근데 고마운건지 다행인건지 현장에서 시간을 보낸 후에는 제보가 원활하다 ㅎ 그러면서 체크도 하고 의견을 받아들여 개선도 한다. 


HR이 현장을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많고 다양하다. 그래서 생각보다 자주 현장을 가야한다. 

소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소통의 실마리를 찾으면 좋은 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공감의 원천이 된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조직 문화도 자연스레 만들어 진다. 

재고실사 하는 것처럼 1년에 한번 그것도 하루 그냥 갔다 오는 건 의미없다. 

가끔 생각보다 자주 몸으로 떼우는 것이 훨씬 업무에 도움이 된다. 


현장의 개념이 없는 조직의 경우 사무실이 현장이다. 

다른 부서를 자주 방문하고 사소한 질문이라도 많이 해야 한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귀찮을 정도로 ㅎ
그러다 보면 개발, 디자인 등의 분야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자연스레 직무 이해부터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다. 

찾아가는 HR 서비스는 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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