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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엘 Aug 24. 2023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읽고

내 맘대로 책 리뷰 #2



전하지 못한 편지는 본문 다 읽은 후 읽기.


앉은자리에서 휘리릭 읽어버린 책.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책장을 넘기기가 아까웠다. 마지막 장이 다가올까 봐. 설마 했는데 결국은 왈칵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 소설인데, 아이와 함께 어른들도 읽으면 좋다고 해서 첫째가 아직 읽지 않고 방치해 뒀길래 먼저 읽어보고 호기심을 자극하고자 집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아이와 엄마와 함께, 또는 아빠와 자녀와 같이 읽으면 가까이 있는 가족을 향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부모님을 이해하고 사춘기 아이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특별한 책이다.


어쩌면 매일 보는 식구들이기에 그냥 지나치고 마는 무던함을 일깨우고 소중한 가족임에도 늘 옆에 있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오히려 함부로 대했던 습관들을 반성했다.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것도, 내 사랑하는 아이가, 남편이 우연히 만난 게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마주 보며 평범하게 사는 일상이 당연한 게 아니라 기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꽃님 작가> 말이 가슴에 다가왔다.

삶 속에서 우리는 늘 기적을 경험하며 사는데, 느끼지 못하고 지나가버리는 것은 아닌지,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는 순간마다 소중한 인연들과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2016년 중2인 열다섯 소녀는 엄마를 본 적도 엄마에 대해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같이 사는 아빠도 이 소녀에게 무관심한 것 같아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 사무친 아이다.

어느 날, 아빠의 권유로 느리게 가는 우체통에 아빠와 함께 편지를 쓰게 된다. 정확히 1년 후 자신에게 쓰는 편지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과거의 82년도 초3, 열 살인 아이에게서 답장이 왔다. 언니의 편지를 받았다며.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호기심에 이름이 같은 두 은유는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서로의 일상을 알게 되고 점점 가까워지며 서로 의지하는 언니, 동생이 된다.


2016년의 은유는 2주에 한 번씩 편지를 받는데, 82년도의 은유에게는 1년에서 2년에 한 번씩 건너 편지가 온다.

그렇게 열 살이었던 진하 국민학교 3학년 은유는 처음엔 동생이었으나 나이가 빠르게 지나 30살까지 편지를 주고받았으니 사춘기 은유에게 언니가 되어 이야기한다.



편지형식의 주고받는 글로 편지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이어지는 타임슬립이다. 읽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김은희 작가의 드라마 '시그널'이 생각나기도 했다. 시그널에서 시 공간을 초월한 매개체가 무전기였다면, 이 책에서는 편지다.

역사를 알면 미래가 바뀌듯이 무전을 통해 과거로부터 시작된 오래된 미제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스토리가 인상적이어서 무섭지만 꼬박 챙겨봤었다. 배우 김혜수님을 좋아하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익숙한 타임슬립 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로웠다. 80년대 어린 시절도 떠올라 재미와 감동까지 더한다. 어느 정도 결말을 예측하면서도 마지막이 궁금해서 소리 내 웃다 눈물 흘리다 은유가 되어 몰입하는 바람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읽고 나서 생각하니 나의 엄마가 어릴 때 자라온 그 시절 이야기가 궁금한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문득 엄마 어릴 때 라면서 이야기를 해 줄 때는 신기해하며 들었던 거 같기는 하다. 이 책의 주인공 은유와는 다르게 태어나면서부터 엄마가 늘 계셔서 그렇지 않을까 싶고 그래서 든든하고 새삼 감사하다.

엄마가 지금까지 내 옆에 계신것도 기적이라면 기적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안계셔 더 이상 만날 수도 이야기 할 수도 없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은유의 상황과는 다르지만, 내가 만약 시 공간을 초월해서 연결된다면 미래 말고 과거랑 연결해서 과거에서 맘에 안 들었던 부분을 바꿔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격하게 든다. 그럼 후회가 좀 덜할까. 지금부터라도 후회하지 않게 잘 살아야지.(헤헤)




* 소개하고픈 본문

나는 지금 여기서 언니를 찾을게.
그럼 우리는 과거, 현재, 미래 속에서 계속 만나는 거니까. 우리 인연은 계속되고 또 계속되는 거지.
이제야 알겠어. 그 먼 시간을 건너 네 편지가 나한테 도착한 이유를. 너와 내가 사는 세계의 시간들이,
그 모든 순간이 모여, 있는 힘껏 너와 나를 이어주고 있었다는 걸.
나는 네 곁으로 갈게.
네가 뭔가를 잘 해내면 바람이 돼서 네 머리를 쓰다듬고, 네가 속상한 날에는 눈물이 돼서 얼굴을 어루만져 줄게. -중략-
슬프거나 기쁘거나 늘 네 곁에 있어 줄게.
엄마는 늘 네 곁에 있을 거야. 아주 예전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 편지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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