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아군인지, 적군인지 어렸을 때 아기 모델을 시켰어야 한다며 실없는 소릴 해댑니다. 펙트는 지금은 못 한다는 거죠.
게다가, 얼마 전엔 시력이 많이 나빠져서 안경까지 장착을 했더랬죠. 안 그래도 살 때문에 작아진 눈이 안경알이 빛에 반사되어 안보일 지경이에요.
지금은 건강도 걱정이 되어 운동으로, 식단으로 관리 들어간 상태입니다. 많이 자라기도 했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접은 지 오래됐고요. 배를 좀 집어넣고 건강하게 체중관리 하면서 키가 크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젠 키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아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리틀 정우성이었던 모습이 온데간데 사라져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다시 오지 않을 아이의 그 시절이 그리웠어요. 한없이 예쁘고 귀여운 아이를 그대로 예쁘게 바라보지 못했거든요. 힘들게 육아한다는 이유로 마음을 듬뿍 쏟지 못한 것이 후회도 되고 미안하고 그래서 기록하고 싶었어요.
크는 게 아쉽다고들 하잖아요. 어렸을 땐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크는 게 아쉽네요.
외적으로는 이렇게 몰라보게 바뀐 아들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울 땐 울지언정, 너무나 잘 웃는 애교쟁이 아들입니다. 둘째는 사랑이라는 말을 이 아이를 보며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말도 어찌나 예쁘게 이야기를 하는지, 뭘 해달라고 부탁하는 말도 "이거 해주면 안 될까?" 이렇게 말하고요. 멀 그렇게 미안하고 고마운지 그냥 고맙다고 안하고 "진짜 고마워." , "진짜 미안해."를 달고 삽니다.
말투 하나, 표정 하나하나, 몸짓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요.
최근에 중요한 약속이 있던 날이었어요. 둘째가 체육관에서 운동하다가 발목을 다쳐 학교를 쉬고 병원으로 가야 했지요.
당연히 약속 최소 전화를 하고 났더니, "엄마, 나 때문에 약속 못 가서 미안해" 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거예요.
"괜찮아, 다음에 가면 돼. 엄마는 우리 아들이 더 중요하지"
가슴이 벅차서 꽉 안아주었어요.
다음날, 너무 춥기도 하고 발을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고 해서 학교를 하루 더 쉬었으면 했는데, 좋아할 줄 알았던 아이가 굳이 절뚝거리며 학교를 가겠다는 거예요. 의아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다친 발을 보여주며 관심받고 싶어 그런가 했어요. 그런데 하교하고 오자마자상기된 표정으로 엄마 약속 갔다 왔냐며 자기 때문에 엄마가 못 나갈까 봐 학교에 갔다는 아이 말에 울컥하며 머리까지 뜨거워졌습니다.
이런 아이가 11월의 마지막 날,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생일을 축하해 줬더니 진짜 고맙다며 해맑게 웃더라고요.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마음이 예쁩니다.
초3이지만, 생일이 늦어 이제 만으로 아홉 살이 된 아직도 애기 같은 아이입니다. 연필과 지우개를 툭하면 잃어버리고, 점퍼도 의자에 걸어놓고 집까지 그냥 와서 웃으며 바로 돌려보낸 적도 여러 번인 아직 엄마손이 많이 가는 아이예요.
그래도 출구 없는 매력의 이 아이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합니다. 저는 엄마니까요.
리틀 정우성을 열 트럭 데려와도 세상의 전부인 나의 아기가 눈이 부시네요.
덧붙임)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자기 사진을 글에 넣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쿨하게 허락을 했습니다.
간혹, 슬며시 와서 읽으려고 할 때도 있지만, 아직 엄마가 쓰는 글에 관심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아이의 사진이 노출되면 괜찮을까 걱정도 됐는데, 제 글이 그리 큰 관심거리는 아닌지라 안심하며, 아이가 커 가면서 소중한 추억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