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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파이프 PIPE K Apr 29. 2022

당신과의 작별이 벌써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4)

어느 날 문득 펼쳐 본 당신의 일기에는 여전히 나의 이름이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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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never mind the darkness, we still can find a way.

Nothing lasts forever, even cold November rain.


그러니 어둠은 신경쓰지 말아요. 어쨌든 우리는 길을 찾을 거에요.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차가운 11월의 비조차도요.


-Guns N' Roses, 'November Rain' 中


(C) 2022. PIPE K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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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저분한 옛일을 회고하면 스스로에게 드는 애잔함이 견디기 어려워 지난날의 사랑을 떠올리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그렇게 무심코 지나친 몇 페이지의 삶에서 나는 진정으로 슬픔을 외면하려 했었다. 그러나 내가 시선을 두는 곳마다 어두워지는 기억들이 안간힘을 쓰며 서 있었으며, 무엇보다 가을에 들며 멀리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더는 자신을 내버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하게 기적을 꿈꾸었던 수많은 날들 뒤에도, 기적은 결코 일어난 적 없었다. 때로 무심히 덮어 두고 살던 나날들이 선듯한 힘으로 생활을 무너뜨릴 것만 같았을 때는 당신이 살던 기억으로 숨어들었다. 당신과의 마지막 순간들은 그러나, 산산이 부서진 상실의 기억과 뒤섞여 한 번도 머릿속에 또렷이 떠오른 적 없었다. 그리고 몇 해를 헛걸음한 뒤에야 나는 비로소 비가역적인 시간의 진실을 시인할 수 있었다. 나를 사랑하던 그 사람은 이제 여기에 없다는 것을. 과거에 집착하는 옛 연인 행세를 하며 써본 시가 한둘이 아니며 심지어는 언젠가 당신에게 변명할 요량으로 그 숱한 핑계들을 편지지에 옮겨 적기까지 했던 나였는데 결국 나의 긴긴 밤들은 제목 없는 독백극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왜 나는 그토록 이기적이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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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1991. Use Your Illusion.

Background Image : (C) 2019. PIPE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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