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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파이프 PIPE K Mar 18. 2022

당신과의 작별이 벌써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3)

너무 오래 걸어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만큼, 걷고 또 걸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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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know it's hard to keep an open heart, when even friends seem out to harm you.

But if you could heal a broken heart, wouldn't time be out to charm you?


가까운 사람들마저 당신에게 상처를 줄 때, 마음을 열어 둔다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다친 마음도 치유될 수 있는 거라면, 시간도 당신의 편이 아닐까요?


-Guns N' Roses, 'November Rain' 中


(C) 2022. PIPE K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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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만 깊어 가는 가을이었다. 가마득한 숲의 능선이 오후를 향해 기울고 당신은 여전히 한마디 말이 없다. 나는 그 옆에 초라하게 앉아 마찬가지로 말이 없는 창밖의 풍경에 조용히 황혼이 내려앉는 것을 본다. 그렇게 사념의 시간에 기대어 어두워지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어느덧 종착지는 11월, 이렇게 서둘러 마주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억지로 등을 떠미는 늦가을의 손바닥에 짐짓 몸을 맡기고 있으니 어느새 그토록 연모하던 그곳이다. 오랜만에 선 기억의 지반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유약하여 애꿎은 걸음이 자꾸만 서툴다. 배경에 펼친 하늘은 거짓처럼 푸르고 구름 아래로는 색을 잃은 낙엽들이 마른 몸을 뒤척인다. 바람이 텅 빈 늑골을 훑으며 보잘것없는 슬픔을 지난다. 오래된 당신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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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1991. Use Your Illusion.

Background Image : (C) 2019. PIPE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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