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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파이프 PIPE K Jun 26. 2022

당신과의 작별이 벌써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5) -完

그칠 줄 모르고 퍼붓던 마음 속의 장마를, 이제 잊어버릴 수는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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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you think that you need someone?

Everybody needs somebody. You're not the only one.


당신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모든 사람은 누군가가 필요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Guns N' Roses, 'November Rain' 中


(C) 2022. PIPE K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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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에 접어들며 영원할 것 같던 비는 거짓말처럼 첫눈이 되어 내렸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느리고 환하게, 또 그렇게 천연한 얼굴을 하고서, 이 세상에 단 한 번도 내린 적 없다는 듯이. 손을 뻗어 그 순백한 맥을 가만가만 짚어 보고 싶은 순간도 있었으나 나폴대는 눈송이 사이에서 나는 초대되지 않은 연회의 불청객이 된 것만 같아 그만 부끄러워졌다. 눈치 없이 끼어드는 희망이나 때늦은 미련 같은 건 아니었다. 다만 마음이 조금, 서운했을 뿐이다. 나도 때로 세상에 내려앉지 못하고 행복과 모멸감 사이의 어딘가를 끊임없이 서성거린다. 귓속에는 아직 빗소리의 잔향이 그득하기만 한데 당신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떠난 것은 나였지만 돌아오지 않은 것은 당신이었다. 때로 그런 억지스러운 원망들이 내가 잊었던 몇몇 밤들을 아무렇지 않게 나의 눈앞에 꺼내 놓고는 했다. 그 낯익은 당혹감을 마주하게 되는 계절, 그때마다 가만히 고개를 들면 별다른 인사도 없이 하늘을 벌써 아득하게 수놓은 11월의 눈동자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사랑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자국이 남는구나, 새삼스럽게도 그런 생각을 해 본다. 당신과의 작별이 벌써부터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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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ns N' Roses. 1991. Use Your Illusion.

Background Image : (C) 2022. PIPE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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