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un is over, and so is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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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 없는 빈방에서 나오는 그 시간이 지금 내 영혼이다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충혈된 빗방울이 창문에 눈알처럼 매달려 빈방을 바라본다 창문은 이승에 잠시 놓인 시간이지만 이승에 영원히 없는 공간이다 말하자면 내 안의 인류(人類)들은 그곳을 지나다녔다
-김경주, '부재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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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생각한다. 가을의 말들. 용서를 구하기 위한 문장들. 웃음의 시간 뒤에 껍데기처럼 남은 책임들. 자주 울며 쉽게 흔들리는 것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 언젠가 저 멀리 담장을 넘어 사라진 공처럼 원래 없었던 것이 되어 버린 시절들. 바닥이라는 말이 얼마나 낮은 것인가를 생각해 본 적 없었으며 이별을 청춘의 증상이라고 믿고 싶었던 나날들.
너에게 기댈 수 있는 이름이 있었을 때 나에게는 원망할 이름조차 없었어, 슬픔은 겨우 이만큼의 무게로 나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문을 닫고 나서면 자꾸 돌아가야 할 집이 생겼으며 아주 잠시 머물다가 떠나가는 생애 속에서도 우리는 수없이 많은 약속을 했고 또 그것들을 자주 잊어버렸지. 창에 걸친 풍경에서는 무척이나 변덕스런 날씨.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색이 변하는 구름 아래에서 나는 여러 개의 이름과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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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 2006.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랜덤하우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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