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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Feb 29. 2024

사계절 수박이 싸고 맛있다.

베트남 하노이


2월의 끝 하루가 더 있다. 29일

오늘은  보너스 같은 날이다.


하노이의 짧은 겨울이 춥게 느껴진다.

며칠 전 한국엔 폭설이 내렸다는데...

베트남 더운 나라에서 춥다고?

엄살을 부리고 있다. 영상 17도...


습한 기운이 스멀스멀 몸을 움츠리게 한다.

미딩 펄  아파트 앞 거리에  때를 잃은 수박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언덕을 만들었다.


속 빨간 부끄럼쟁이들이 길가에서

지푸라기에 올려져 팔려가기를 기다린다.

벌써 한 달째  길가 수박행렬에 미소 짓는다.


길쭉한 몸매자랑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차 안에서 찰칵 사진 찍고 내렸다.

수박 사세요!

털모자에 패딩 차림의 아저씨들...

어릴 적 엄마 따라 시장에 가면 

엄마는  수박을 통통 두드려보고

꽁지도 만지작만지작 수박 줄무늬도

이리저리 살피는 것을 보았다.


몸통 쪽에 피라미드처럼 세모뿔 칼집을

내어 쏙 빼주신다. 음 달구나! 한통 주세요

얼기설기 짠 끈으로 한 덩어리  사곤 했는데...

여기 하노이는 수박을 반으로 갈라서

먹어보라고 쓱쓱 잘라준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수박 속을 잘 모르겠다. 게다가 하노이에서

수박은 흔하디 흔하고 거의 다 맛도 좋고

가격도 싸니 까다롭게 사지 않아도 된다.

대충 눈에 들어오는 걸 사는 편이다.


수박 몸값은 겨우 3천 원 정도다.

두 개를 사라고 하이까이! 하이까이!

외치던 벳남상인을 뒤로하고

한 개를 사서 차에 실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수 있으니

욕심부리지 않는다.


집으로 와서 반을 가르니

수박이 많이 추웠나 보다...

덜  맛이 있다 ㅠㅠ 슈퍼나 마트에서

잘 관리한 수박보다는 자연스러운 맛이다.

워낙 맛있는 수박에 길들여진

혓바닥은 금세 편 가르기를 끝냈다.


할 수 없지... 갈아먹어야겠다.

빨간 속을 착즙기에 넣고

사과하나 썰어서 수사 주스 만들었다.

페트병에 으니  2리터가 좀 안 되었다.

수박을 썰어 접시에 올리기보다

주스로 만들어 컵에 따라먹기로 다.


한잔을 따라 마시니 온몸에 수박의

기운이 넘쳐 난다.

혈관을 타고 몸속 구석구석 흡수되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수박 1통 사과 하나주스

수박값이 금값, 이곳에서는 헐값이다.

사계절 수박을  없이 먹고 있다.

여행을 오게 된다면 열대과일도 풍성하지만

수박맛은 엄지 척이니 꼭 먹어보길 추천한다.


겉은 딱딱해도 속 안은 달콤한 빨간 수박

베트남 하노이에서 힘겨운 날도 있었지만

빨간 수박주스를 맛보는 소소한 일상을

감사하며 산다. 수박 속 같은 열정을 가진 나라


추워도 춥지 않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젊은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길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수박을 팔고 있는 상인들...


밤늦도록 수박을 팔고 있었다.

 수박으로 하모니카를 불고 옥수수로 하모니카를

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 베트남 하노이

에서 난 추억을 먹고 마시며 잘 살고 있다.


수박의 열정을 사계절 맛보며 보너스 같은

2월의 마지막날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함에도

수박을 팔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춥지만 따스했던 여름날의 수박을 떠올리며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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