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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r 08. 2024

스카우트 받았다  2천만 동에?

하노이 사무실 구하기 에피소드 1.


지난해 12월부터

남편과 나는 이곳저곳 발품을 팔며

조금이라도 저렴한 사무실을 얻고자

시간이 날 때마다 하노이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이미 임대료가 많이 오른 한인타운 미딩지역을

벗어나 시내에서 차로 30분 거리의 로컬 쪽으로

눈을 돌려보니 저렴한 임대료가 우리를 불렀다.


베트남살이 벌써 8년 차에 접어드니

허세는 사라진 지 오래고, 실용적인 게 최고다.

건물 임대료로 나가는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하노이에 작은 사무실을 얻기 위해

남편과 함께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곳으로

사무실을 가는 중이었다.

 

"오잉? 여기는 어디?"

한국의 시냇물을 상상하며 창문을 내렸다.

"우웩!"

"아이코!"! 시궁창 냄새가 역겹게 났다.

"그럼, 그렇지...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싸더라니..."

고개를 절레절레 노노노놉을 외쳤다.


인적이 드문 정글 속 건물 한 채가 보였다.

"이곳이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라고?"

차에서 내려 건물 가까이 가보았다.

건물이 오래 방치된듯한 출입구며...

주위를 살펴보니 가게도 하나 없다.

오 마이 갓! 가성비 제로 건물이다.


세상에  길 위에 낯선 무법자까지...

"앗!  뱀이다 ~ ~~ 뱀!"

"옴마야~~ 나 좀 살려!!" 하는 순간 

뱀도 나를 보고 놀란 듯 스르르 꼬리를 감췄고

우리도 차 안으로 재빨리 들어왔다.

이런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다.


뱀이 유유히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다니...

설마? 설마? 헛것을 본 거겠지... 아무렴

남편도 나도 깜짝 놀라서 후들후들~~~

서로 어이없어 잠시 말을 잃었다.


"진짜 뱀 맞아? 헐~~ 이럴 수가...."


뱀 보고 놀랜 가슴을 쓸어내리며...

"여보, 우리 그냥 비싼데 가면 안 될까?"

아끼려다... 이게 뭔꼴이야~~"

빠르게 뛰는 심장을 워워 달래며

" 내가  임대료 내줄게~" 

이 말로 스카우트 당할 줄은 정말 몰랐다.

"지금 나 떨고 있니? 아직도 오싹하다."


오! 마이 갓!

"신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겨우 차를 돌려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 상황을 전화로 통역사에게 말하니

통역사는 놀라지도 않고 또 다른 곳을 추천한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찾아간 곳은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건물에 시끄러운 시장 근처였다.


역시나 이곳도 패스! 패스각이다.

사무실 구하기 포기하려던 그때였다.

벳남 통역사는 진짜 한 곳만 더 라고 한다.

휴우~~ 아직도 손발이 후들거린다.

임대료가 비싸고, 부대비용이 좀 들더라도

안전하고 깨끗한 곳을 보여 달라고 제발...


아마도 알뜰한 벳남 통역사는 저렴한 곳을

찾아주려고 애쓴 거였고, 우리는 설마?

한국인 부부에게 서바이벌 정글 속 건물을

보여 줄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상황이다.

낯선 곳에서 한국인 부부는 겁도 없이 사무실을

통역사도 없이 보러 나간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아파트 상가 내 3층 사무실을 임대했다.

지하주차장도 있으며 상가 엘베도 별도로 있다.

추가비용이 들지만 이만하면 훌륭하다.

최소 뱀과 벌레들  없는 곳으로

2024년 1월 1일 계약 완료 후 이사했다.


통역사는 그제야 창밖을 내다보며

잘 얻었다고 한다. 울 엄마가 그런 말을 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물건 고를 줄 모르면

무조건 비싼 걸 고르면 된다고 말이다.

어쨌든 그 후 사무실을 꾸미고 정리하느라 바빴다.


하노이에서  5년,

베트남 타이빈에서 3년을

버티운영한 의류 사업은 오르막 내리막

출렁거렸지만 다시 안정세를 찾았고

하노이에 새롭게 사무실을 얻게 되었다.

타이빈엔 기술팀을 유지하며 일하게 되었다.


7년째 우리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통역사는

어찌나 알뜰한지? 이번에 사무실을 이사하면서

책상과 의자 사무용품을 다 바꾸자고 했지만..

책상은 깨끗하게 닦아서 사용하고

의자 두 개 구입하면 된다고 다.


누가 사장이고, 누가 직원인지? 모르겠다.

내 책상도 쓰던걸 닦아서 쓰고 있고 가림막도

있던걸 설치했다. 새것보다 정든 책상이

더 좋다며 익숙함이 일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벳남 통역사의 알뜰함을 배웠다.


스카우트 2천만동(백만원쯤)받길 잘했나??


눈치 빠른 독자님들 눈치채셨을 듯도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군고구마 먹기 위해 회사에 가고

스모그현상 등등 회사이야기가 들어있다.

잠시 하던 일 멈추고

남편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들였다.


일단 선불로 받아놓은  스카웃비가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출퇴근은 하고 있지만

우리는 타국 속에서 동지로, 부부로, 의리로,

사랑으로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하노이 사무실에서  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심부름도 하고, 손님접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알차게 허드렛일을 하며 남편의 비서가 되었다.

선생님이 아닌 미쯔황으로 살아가는 중이다.

하노이 사무실

하노이 사무실 임대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발품을 파는것보다 부동산 소개를 받는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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