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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Mar 05. 2024

바나나 꽃을  샤부샤부 해 ?

 음식의 위로

" 언제, 우리 밥 한번 먹자~"


한국 사람들은 이 말을 자주 하는 편이다.

정작 그 언제는 시간도, 날짜도, 요일도 없는

속이 텅 빈 공갈빵 같은 날이다.


" 오늘, 우리 점심 먹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이 말을 통보식으로 한다.

이 말은 뜬금없이, 갑자기, 느닷없이...

밥 한 끼를 먹자는 베트남 통역사의 말이다.


"사장님, 사모님 함께 가요~"


전에 근무하던 직원이 2년 만에 사무실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반가움도 잠시

병원에 검사차 왔다가 들렸다며 웃고 있다.


"콩사오?(괜찮아요?) "

"콩사오~ (괜찮아요~)"


한솥밥을 먹었던 생기발랄했던 직원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묻고 답하는 말이다.

손을 잡아보니 얼음장처럼 차갑다.


그녀에게 진심 위로가 필요해 보였다.




"샤부샤부 식당으로 가요~"


점심을 먹기 위해 어디론가 갔다.

사업 초창기 멤버였던 옛 직원이 또?

오토바이를 타고 식당으로 달려왔다.


"신짜오, 마담, 안.뇽 하. 세. 요?"


베트남어와 영어로 현지 샤부샤부집에서

오랜만(2년)에 반갑게 허그를 하며

시끌벅적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눴다.


"여기가 샤부샤부 맛집 인가 봐~"


 둘러 앉은자리에 가짜 벚꽃이 피어있다.

살랑살랑 봄이 온 듯 마음속 꽃도 피어났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샤부샤부 냄비

"와우, 맛있겠다~"


서로의 안부를 이야기하는 동안

냄비 속 육수와 재료들이 팔팔 끓었다.

마음의 온도가 음식의 온도를 따라갔다.


잠시 후, 여러 가지 재료들이 뒤따라 나왔다.

쿠킹호일로 감싼 은 쟁반 가득히 야채와

고기, 두부, 어묵, 소시지, 버섯류가 나왔다.

그중 알 수 없는 야채? 가 있었다.


이것은 무엇일까요?

바나나꽃 봉오리 채썰기

이것은 바로 바나나 꽃봉오리? 썰어둔 것이다.

이걸 샤부샤부에 넣어 건져 먹는다는 사실

듬뿍 넣어 야무지게 먹고 있는 직원들...


"어머나, 바나나꽃을 샤부샤부 해?"


바나나 꽃요리는 샐러드로 자주 쓰이는데

샤부샤부에 담가먹기는 처음이다.

새콤달콤 작은 레몬을 짜서 소금에 넣는다.

소스처럼 찍어먹으니 건강해지는 맛이다.

짜잉(레몬) 소금 소스

"맛있게 먹고 건강하자 ...우리 ..."


그 많았던 음식을 다다 먹었다.

잠시 후, 벳남 사람들도 마무리는

라면 (미돔)이었다. 육수 더 붓고

샤부샤부 국물에 라면을 퐁당!


" 음... 배부른데... 어쩌지?"


라면 한 입 정도는 들어갈 수 있을껄...

두 입, 세입... 자꾸만 손이 간다.

젓가락이 라면을 데려온다. 우야꼬...


샤브샤브 국물에 라면 두개를 ...


"배부르고, 등 따스면 부자라지요~"


트남식 샤부샤부로 허기를 채우며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직원들의   

가족이야기는 우리네 삶과 비슷했다.


자식사진을 서로 보여주며...자랑 삼매경


몸이 아픈 직원은 갑상선 쪽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다니러 왔다가 갑자기 우리를

만나러 와 주었고, 전 직원 이었던 동료는

한걸음에 달려와 위로를 해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 차가웠던 손이 샤부샤부를

먹은 후, 따뜻해졌고 표정도 밝아졌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


"우리는 바나나꽃을 먹었습니다."


가성비 좋은 메뉴는 43만동 (25000원~정도)

5명이 푸짐하게 한 끼 식사를 했으며  

바나나꽃의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벳남 전 직원들과 함께...

3월, 직원의 검사결과가 나쁘지 않게 나오길..

행여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씩씩하게

잘 버티어 내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꽃처럼 환한 미소 잃지 않기를 ...

음식으로 주는 위로는 따뜻 했다.


"언제든, 우리 한번 또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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