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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우리는 찐 친구사이~

by 아이리스 H

", 마라탕 먹고 싶어요"

"5학년인데... 속이 괜찮을까?"


"저희 불닭도 먹을 수 있어요"

"진짜? 안 매워?


"엄마에게 허락도 받았고,

용돈도 받아 왔는걸요 "

"아~그래 , 그럼 선생님이 사줄게~"


"와아 ~ 신난다. 진짜요? "

" 수업 끝나고 같이 가자~"


", 물가가 너무 비싸졌어요"

"뭐라고? 니들이 그런 것도 알아?"


"예전에 이런 거 2만 동 (천 원)이었는데

요즘은 3만 동~ 4만 동이 넘어요"

"그렇긴 하지..."


긴 머리를 잠깐씩 묶는 곱창 머리끈을 가리키며

5학년 서윤이와 로아는 우정 머리끈을 보여주며

팔목에 하나씩 차고 아줌마 버전이다.


친구랑 노는 게 젤 재미있다. 탕! 탕! 탕!


친구와 수업 전날 파자마 데이를 잡아 놀고

오늘 수업에 함께 왔다. 둘이서 닮아 있다.

"자~ 일단 수업하고... 마라탕 먹는 거다."

주절주절 이야기하지 말고,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글로 써보라고 했다.

(서윤이 수업에 로아는 잠시 따라왔다)


친구가 옆에 있으니 좋아서 손에 힘이 풀린 듯

글씨가 엉망이다. 안 되겠다. 속담풀이 내용을

읽어가며 서로 토론해 보는 걸로 수업 내용을

살짝 변경했다. 생각이 모아지니 즐거웠다.

카페 수업중~


그림도 그려서 표현하고

속담 풀이와 끝말잇기를 하고 수업을 끝냈다.

숙제는 일기 쓰기, 독후감 쓰기 꼭 해오기

오래간만에 2대 1 수업에 정신을 쏙 뺐다.


총 맞은 것처럼... 탕! 탕! 탕!






친구 마라탕 역시 친구랑 먹는 거?


어머나! 점심시간이라 1층엔 자리가 없다.

야무지게 주문을 마치고 음료수를 들고 2층

으로 올라갔다. 요즘 웃을 일이 없었는데...

날씨도 흐리고... 서윤이와 로아 덕분에

내 안에 웃음보가 빵 터졌다.


수다쟁이 아줌마 저리 가라~ 하하 호호 깔깔깔


음식이 나오기 전, 수학 숙제를 해야 한다고?

꺼내 놓은 문제집을 친구는 애써 덮으며...

맛나게 빨리 먹고 하자고 말한다. 아니야

숙제해야 하는데.. 그냥 혼나고 말까?

둘이서 옥신각신 할까? 말까?


난 선생님인데...

숙제를 미루고, 마라탕 먹기에 찬성했다.


푸짐하게 나온 마라탕 1단계를 맛본다. 셋이서

후루룩 냠냠 그런데... 분명 1단계로 주문완료

했건만 서윤이의 마라탕이 훨씬 매워 보인다.

음~~ 그럴리가? 모두 1단계였는데...

친구 마라탕 (하노이)



서윤이가 젓가락질을 멈추고 맵다고 난리다.

한 젓가락 먹어보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

음료수만 들이키며 헉헉 ~~ 혀를 반쯤

내놓고 식은땀을 내며 씩씩 거린다.


그때였다. 친구는 벌떡 일어나 가자!


1층으로 내려가 탕후루를 사들고 왔다.

매운맛을 감하려는 전략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마라탕

둘이서 마라탕을 낑낑 거리며 먹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마치 언니가 된 것처럼 큰소리치더니 아직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5학년들...

뭐가 그리도 즐거운 걸까?? 하하 호호다.


탕후루도 잠재우지 못한 마라탕!


욕심껏 담아 온 마라탕을 겨우 반쯤 해결했다.

이미 수학학원 가야 할 시간이 지났다.

11살 인생 속 휘청거리는 오후다.

서윤이는 친구와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뒤에서 그들을 따라가며 보호를 한다.

우리는 친구사이


혹시나 땡땡이라도 칠까 봐 수학 학원까지

동행했다. 정신을 겨우 차린 서윤이와 로아

잠시 바람에 머리칼이 날린다.

또 공부를 하러 이동 중이다. 바쁜 일상을

불평하지 않고 웃으며 잘 견디는 중이다.


살다 보면 매운맛, 단맛, 노는 맛이 있단다.






아뿔싸! 수학숙제는? 속은? 괜찮은 거니?


말수가 적었던 서윤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고개만 끄덕이던 서윤이가 이제 친구의

도움도 받고, 친구에게 도움을 줄정도로

건강하고 생기 발랄한 소녀로 변신중...


부끄러움도 쑥스러움도 많아서...

처음엔 목소리 듣기도 힘들었다.

수업이 불가능? 할지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속 안에 잠재 능력이 많았다.

서윤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다.


친구와 함께한 파자마데이 1박 2일은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어본다.

마라탕을 먹으며 스승과 제자는 많이

웃었다. 배꼽이 빠질 뻔했다가 잘 돌아왔다.


웃을 일이 없다고?

그냥 이유 없이 마냥 좋아서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는 친구를 옆에 두면 된다.

나도 그런 친구가 되고 싶다.


우정 변치않기를 탕!!!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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