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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리 Jan 12. 2022

#4. 너 혼자 세상을 바꾸겠다고?

2020. 04. 05.


"남편 아침은 챙겨주니?"
"아빠, 아빠는 날 딸이라고 다르게 대했어?

딸가진 우리 아빠가 왜 자꾸 나에게 '며느리'의 역할을 말해주는거야?"
"사위! 며느리! 말고 '서로의 배우자' 쯤으로 통일하면 안되는거야?"
"얘야, 너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들이 있어.

그 문화속에 자란 엄마아빠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있단다."

"당연한 건 없어! 우린 우리 마음대로 살래! 아니 누가보면 아빠가 시아버지인줄알겠음!!"

"아니야, 이건 생각이 다르거나 틀린게 아니라, 수백년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관습인거야.

그걸 너 한 명이 혁명을 일으켜보겠다고?"


나 개인을 존중해주는 일이 혁명까지 가는것인가.

'남편 아침은 네가 챙겨줘야지.'라는 아빠의 말 한마디로 시작된 아빠와의 대화에서 나는 멈칫했다.


나를 며느리가 아닌 한 사람으로 존중해 달라는 것 뿐인데 그게 대단한 혁명까지 가야한다니!

게다가 그 이야기를 나눈 대화의 주인공이 나에게 한없이 다정한 사랑꾼인 우리 아빠의 의견이라니!


관습도 문화도 모르겠고..

아침밥을 누가 차리는가. 누가 누구를 챙겨주어야 하는가. 정도는 우리 가정안에서 정했으면 좋겠다.

또한 그 역할은 서로의 출근 시간을 고려하여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에서 정해질 것이므로
(사실은 둘 다 아침잠이 많아, 아침밥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이후 영접해본 적이 없다. 헤헤)


물론, 너무나 감사하게도 우리보다 몇십년을 앞서서

살아온 부모님들께 삶의 조언도 구하고 경험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란 이름으로 우리 부부의 역할을 정해주시지 않길 바란다.


좀 정이없나?란 생각도 들어 내 안에서도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지만

우리가족의 문화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 믿고

오늘도 우리 부부는 아침밥을 거르고 출근했다!


사실 아빠의 말씀이 어느정도 이해도 되고, 굳이 나 혼자 세상과 싸울 생각도 없다.

나 혼자 세상을 어찌 바꾸겠는가. 나살기도 바쁜 요즘이다.

세상씩은 바꿀 수 없지만 우리 가정에서 우리가 실천해볼 수 있는

우리만의 문화는 기꺼이 만들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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