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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초장 Aug 25. 2021

무엇이 이토록 힘들게하는 걸까?

자해행동

오늘 햇볕이 참 좋았다.


겨울의 지칠 줄 모르는 비를 거두고 눈부신 태양이 나를 감싸는 기분이 참 좋다. 


나는 고개를 들어 마치 처음으로 손전등을 가지고 빛을 보는 아이처럼 태양을 보았다.  




오늘 학교는 평소와 달리 아주 조용했다. 

늘 바쁘고 음소거가 없는 학교가 이렇게 평화롭게 느껴지는 것이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폭풍 속의 고요함(calm in the storm)'같이 느껴졌다.


이른 아침부터 미팅과 개인 치료 & 그룹치료 스케줄로 꽉 차 있어 분주했다. 


아침 첫 치료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동료 선생님들과 차를 한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괴성의 소리와 함께 뭔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다름 아닌 3반 교실의 마이클(가명)이 휴게실 벽에 자신의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였다. 담임교사가 급하게 달려가서 마이클의 행동을 제지해 마이클의 자해(헤드뱅잉, head-banging) 행동은 금방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는 얼굴 전체에 흐르고 있었다. 마치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전사처럼 그의 머리에는 순식간에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머리는 괜찮을까 걱정이 앞섰다. 교사는 마이클을 의자에 앉힌 후 진정시키고 응급처치를 취했다.


그의 자해(self-harm) 행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도대체 무엇이 마이클을 이토록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Photo by averie woodard on Unsplash

자해행동(self-harm behaviour)에서 대해 알아보았다. 


내가 치료하는 학생들의 자해행동은 주로 헤드뱅잉(head-banging)과 자신의 몸을 물어뜯고(self-biting), 때리고(hitting), 할퀴는(self-scratching) 행동을 많이 보인다. 이러한 자해행동은 학생들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속적인 자해행동으로 인해 자신의 신체적 기능의 문제가 되거나 심한 경우는 치명적인 문제로 생명을 위협하는 일까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수업 시간이나 치료시간에 이런 자해행동이 발생할 경우 학생은 제대로 된 교육이나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자해행동이 발생함으로써 학생 자신뿐만 아니라 같은 반 다른 학생들의 학습/치료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학생을 따로 다른 방으로 옮기거나 학교 액티비티에 참여가 어려움으로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자해행동을 보이는 학생으로 인해 학생의 부모, 교사, 치료사, 그리고 해당 스텝들의 마음에 죄책감, 화, 좌절감,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적 탈진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학생들의 자해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은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유전적(genetic), 생리학적(biological), 심리학적(psychological), 환경적(environmental)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전 마이클 담당이었던 치료사와 그의 자해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이클의 자해행위는 아마도 1) 감각 처리(sensory processing)의 문제, 2) 원인 모를 신체적 고통(physical pain), 혹은 3) 자신이 원하는 목표의 성취(예를 들면, 폭식, 컴퓨터 게임 등)나 욕구 충족이 이루어지지 못함으로 생기는 좌절감 등을 자해의 원인으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치료사로서 학생의 자해행동 관찰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면 학생의 자해행동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기에 자해행동 관찰 시간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도 모른다.  이런 시간적인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교사나 보조교사는 (집에서는 학부모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학생의 자해행동이 언제, 어디서, 어떤 원인/계기로 일어났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자해행동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기록하는 것은 자해행동 분석과 중재(intervention)에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자해행동이 일어난 장소, 시간, 자해행동이 일어나기 전 행동/자해행동의 원인, 자해행동 부위, 자해행동에 사용된 도구, 자해행위로 인한 상처 부위, 그리고 학생 스스로 혹은 교사에 의해 자해행위가 멈췄는지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학생들의 자해행동 분석에 앞서 자세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자해행동 원인을 알아내고, 적절한 중재(intervention)를 제공하고 그 중재가 학생에게 적절한지 계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어찌 보면 자해행동도 학생의 필요를 전달하고 싶은 하나의 의사소통 방법이다. 우리는 학생의 자해행동을 줄이기 위해서 그 원인을 분석 및 중재뿐만 아니라 학생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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